사상 최악의 부활절 테러, 기구하게 얽힌 덴마크·스리랑카 두 재벌家의 비극

[스리랑카]

덴마크 의류재벌, 휴가갔다 호텔서 자녀 셋 잃고
스리랑카 향신료 재벌 두 아들이 테러 가담 사망

부활절이었던 지난 21일 253명이 사망한 스리랑카 사상 최악의 테러가 많은 사람을 울렸다. 특히 지구 반대편 두 재벌가의 운명까지 기구하게 얽혀 또다른 화제를 만들고 있다.

이번 자살 폭탄 테러로 휴가차 스리랑카로 왔던 덴마크의 의류 재벌은 자녀 셋을 잃었고, 스리랑카 최대 갑부로 꼽히는 향신료 재벌은 두명의 아들이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르며 자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세상의 양 극단에서 각자 성공한 재벌 가족들의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며 두 재벌가 사연을 전했다.

지난 21일 오전 덴마크의 의류 재벌 앤더스 포블센(46)은 콜롬보 시내 5성급 샹그릴라 호텔 식당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내 와 딸, 그리고세 아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또 스리랑카 향신료 재벌 이브라힘가의 둘째 아들 일람 이브라힘도 같은 시각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호텔 방범 카메라에는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큰 배낭을 멘 그가 동료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이 찍혔다. 식당에 들어선 일람은 폭탄을 터뜨려 자신과 함께 3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덴마크 재벌 포블센의 세 아들도 그 폭발로 사망했다.

일람의 형 인샤프는 같은 시각 시나몬 그랜드 호텔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이 형제가 범인임을 파악한 경찰이 저택에 들이닥치자 일람의 아내 파티마는 폭탄을 터뜨려 3명의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했다. 특히 파티마는 임신 중에 이같은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

폭탄 테러 이전까지 덴마크 재벌 포블센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그의 패션 소매업체 '베스트셀러'는 유럽 전역에서 2700여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산하 브랜드도 '베로모다' '잭앤드존스' 등 20여 개에 달한다.

포블센의 전기(傳記)를 쓴 작가 쇠렌 야콥슨은 "앤더스 포블센은 수완가는 아니지만, 건실하고 정직하며 선견지명이 있는 사업가"라고 했다.

폭발 살해범 형제의 아버지 모하메드 이브라힘(70)도 사업엔 특출한 재능을 발휘했다. 그가 창립한 '이샤나'는 매년 2000만 파운드(약 9000t)의 후추를 인도로 수출하는 스리랑카 제일의 향신료 수출업체다.

10대 시절에 콜롬보로 상경해 자수성가한 그는 일흔의 나이에도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하루 대부분을 공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러울 것 없던 이들의 행복은 부활절 테러로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포블센은 테러 이튿날 아내 안네,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아스트리드와 함께 전용기로 귀국했다.

아들 형제와 며느리, 손자들을 잃은 모하메드는 현재 구금 상태다. 그의 지인 대부분은 그가 아들들의 자살 폭탄 테러 가담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으로 믿지만, 혐의는 쉽게 벗겨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