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행보 계승? 차별화?…즉위후 첫 메시지서 '호헌' 명확한 언급은 없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이 1일 즉위 의식을 갖고 일왕으로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퇴위한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이 1989년 즉위 시 헌법 수호의 의지를 보이고 재위 기간 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새 일왕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이날 오전 즉위 의식을 마친 뒤 밝힌 첫 소감에서 아키히토 전 일왕과 역대 일왕들의 행보를 생각하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 국가 및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서약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부친인 아키히토 전 일왕은 1989년 1월 즉위 후 첫 소감 내용에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이에 따라 책무를 다할 것을 서약"한다며 헌법 수호의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나루히토 새 일왕이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헌법에 대한 수호 의지를 부친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시에 즉위한 새 일왕으로서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태어난 '전후 세대'인 나루히토 새 일왕은 헌법에 따라 국정 개입은 금지되지만, 일본의 우경화 흐름 속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 등에 어떤 입장을 시사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7년 5월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으로 불리는 9조의 1항(전쟁·무력행사 영구 포기)과 2항(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남겨두고 자위대 근거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구체적 개헌안을 제시한 뒤 개헌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와 연호 교체로 인한 분위기 쇄신도 개헌으로 연결 지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초당파 국회의원 모임의 집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레이와(令和·일본의 새 연호)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선에 섰다"며 "어떠한 나라를 만들지, 이 나라의 미래상을 정면으로 논의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정치인의 책무"라고 거론했다.

개헌 추진 움직임을 견제하는 목소리는 정작 새 연호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저명한 학자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명예교수는 이날 실린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화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루히토 새 일왕도 왕세자 시절인 2014년 생일을 맞아 한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 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려졌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며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면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키히토 전 일왕이 아베 총리의 군국주의 행보를 어느 정도 견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면 나루히토 새 일왕은 부친이 보여준 평화주의자의 모습을 계승할지가 과제로 지목된다.

새 일왕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 일왕이 강조한 '상징'의 역할이 아베 총리의 행보와 맞물려 향후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