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 애호국 직격타…다른 육류에도 가격상승 여파
전염병 계속 확산…전문가 "공급쇼크 수년간 지속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에서 창궐한 치명적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글로벌 식품 사슬을 흔들고 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돼지 떼죽음과 살처분에 따른 돈육 공급량 부족의 여파가 중국과 돈육을 넘어 유럽, 미주 국가들과 다른 육류까지 퍼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서는 돈육 도매가격이 작년보다 19% 올랐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중국에 대한 돈육 수출량이 늘면서 도매가가 상승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베이컨 가격이 지난 3월 20%가량 치솟았고 독일에서도 돼지목살 값이 17% 뛰어올랐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돈육 평균가격이 최근 들어 들썩거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의 수입돈육 재고가 떨어지는 이달 중순 이후 인상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가격상승은 주로 돼지고기를 애호하는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1인당 돈육 소비량은 EU가 32.1㎏으로 선두를 달렸고 베트남(30.4㎏), 중국(30.3㎏), 한국(29.8㎏)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돼지고기 공급량 부족이 열병 확산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돼지 1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식 통계수치보다 100배 많은 돼지가 살처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중국에 있는 돼지 4억4천만 마리 중 1억3천400만 마리가 감소할 것으로 지난 4월 추산했다.

이는 미국 농무부가 중국의 돼지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0년대 말 이후 가장 큰 감소가 될 전망이다.

미국 투자회사 인터내셔널 FC스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런 서더먼은 "전례 없는 사태"라고 진단했다.

원자재 시장을 약 40년간 분석해온 서더먼은 "글로벌 식품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육 공급량 부족이 대체재를 찾는 수요로 이어지면서 다른 육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호주의 대중국 소고기 수출량은 67%나 증가했다.

브라질에서는 중국으로 육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정육업체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호주 라보뱅크의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앵거스 기들리-베어드는 "올해 동물 단백질 시장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라고 이번 사태를 규정했다.

그는 "이 사태의 영향이 아마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을 넘어 지정학적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돈육은 중국 소비자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주목된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다른 육류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할 때 중국에서 돈육 가격이 2배 상승하면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5.4%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씨티는 중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류리강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돼지고기와 관련한 물가상승은 다른 비용상승과는 별개의 문제로 삼아 비상사태로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장 조사를 할수록 우려가 커진다"며 "이번 사태는 수요가 아닌 공급 쇼크로서 일시적이지만 질병의 심각도를 고려하면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C스톤의 이코노미스트 서더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협상에서 돼지고기, 가금류, 소고기 수입을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리는 돼지는 고열증세를 보인 뒤 피부색이 변하다가 혈변을 쏟으며 며칠 안에 죽는다. 사람에게는 옮지 않는다. 치사율이 거의 100%인 데다 증세도 비슷해 사람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인 에볼라와 비교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작년 8월 선양 외곽에서 돼지 400마리 정도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됐다.

중국 정부는 대량 살처분과 이동 통제 등의 긴급조치를 한 뒤 "발병이 효과적으로 통제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열병은 감염 돼지, 오염된 사료, 차량 바퀴에 묻은 먼지 등을 매개체로 삼아 급속도로 확산했다.

발병 9개월이 지난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중국 전역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로까지 퍼졌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