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취임 인사차 나경원 찾아…덕담 속 '뼈 있는' 말 주고받아
羅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李 "밥 잘먹고 말씀도 많이 하겠다"
李, 야3당 원내대표들도 예방…김관영 "선거법에 개헌 논의 병행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김남권 이동환 김여솔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상견례를 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 원내대표가 처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인사차 나 원내대표의 국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청의 협치부터 시작하고 그런 과정에서 (대치) 정국을 푸는 지혜를 주시면 심사숙고하고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하면 좋겠다"며 "산불이나 지진 등 우리가 정성을 쏟아야 할 일들이 있는 만큼 경청을 하겠다. 가능하면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국회 본연의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어떤 말씀이든 주시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설마 청와대 말을 잘 듣겠다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뼈 있는 말'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 말씀을 잘 들으면 같이 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부분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공조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선 "결국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패스트트랙 제도가 어떤 것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당 원내대표 사이에 덕담이 오가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세 분 가운데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분"이라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로 가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듯 "그동안 제가 형님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 동생이 나타나서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밝혔다.

1963년생인 나 원내대표는 1964년생인 이 원내대표보다 한살이 많다. 홍 전 원내대표는 1957년생이다.

이 원내대표는 "밥을 잘 사주신다고 했는데 밥도 잘 먹고 말씀도 많이 하겠다"고 화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 예방을 고려해 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과 비슷한 하늘색 옷을 입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색 같다'고 농담하자 주변에 웃음이 번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를 각각 예방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조속히 국회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 선거법에 개헌 논의를 병행해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선거법 개혁과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말씀을 듣겠다"고 언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개헌 문제를 청와대와 충분히 논의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 한국당에 제안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고, 그 부분에 대해 (이 원내대표가) '고민해보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장 원내대표는 "지난번에 (한국당을 뺀) 4당 원내대표가 5·18 왜곡처벌 특별법과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법에 합의했는데 여러 증언이 잇따르는 이런 시기를 놓치면 언제 진상규명의 호기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5·18 이전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에 "국회가 정상화 되는 대로 법적, 제도적 정비를 완료하고, 더 확실하게 5·18 진상규명의 길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민생현안과 개혁과제를 위해 정 안되면 다음 주에 4당이라도 출발해야 한다"며 5월 국회 소집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는 표현은 안 맞는 것 같고, 최선을 다해 얘기하고 그 과정에서 국회 정상화를 하는 것이 더 크게 우리 정치를 복원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예방을 모두 끝낸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제안을 했느냐'는 물음에 "아직 그런 얘기까지는 (안 했다)"며 "허심탄회하게 하는 자리를 만들어 (현안들을) 더 깊게 얘기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방에 동행한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야 4당 모두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한국당에 (5월 국회 소집을) 제안했고, 가타부타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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