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선호로 채권값은 강세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격화 우려에 9일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주식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00포인트(3.04%) 내린 2,102.01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 15일(2,097.18)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수 하락 폭과 하락률은 '검은 목요일'로 불린 작년 10월 11일(89.94포인트·4.44%)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6천623억원, 외국인이 1천883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개인은 8천16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지수도 21.15포인트(2.84%) 내린 724.22로 장을 종료했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관세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미중 관세 충돌 우려로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다"며 "미중 무역협상의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어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앞서 USTR는 8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2천억 달러(약 234조원)에 대한 관세가 기존 10%에서 25%로 인상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관세 인상을 강행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0.4원 오른 1,179.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7년 1월 19일의 1,177.60원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전장보다 2.6원 오른 1,172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무역 합의를 깨뜨렸다"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한 뒤 치솟았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 확대, 중국 위안화 약세,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등이 동반되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9bp(1bp=0.01%) 내린 연 1.708%에 장을 마감했다.

10년물은 연 1.861%로 1.7bp 내렸다. 1년물과 5년물도 각각 0.6bp, 1.1bp 하락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1.5bp씩 내리고 50년물은 1.4bp 하락 마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주식시장 약세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채권금리는 많이 하락했다"며 "어제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