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경찰 망신주기' 비판 속 "정보경찰 역할 논의 필요" 자성론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정보경찰의 정치개입·불법사찰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검·경 수사권조정과 관련한 논란이 한창인 상황에서 경찰은 정보경찰 활동이 수사권조정의 발목을 잡진 않을까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10일 한 일선 경찰서 정보관은 "착잡하다. 그러잖아도 정보경찰이 적폐로 몰려 일할 맛이 나지 않는 분위기에서 전직 경찰 수장들까지 구속된다면 사기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서 치안감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는데 비슷한 혐의로 전직 경찰청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검찰의 속셈이 뻔하지 않냐"며 "정보경찰 활동을 약점으로 잡아 수사권조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정보관은 "검찰이 문제 삼은 정보활동은 박근혜 정권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들이고 과연 경찰이 이런 활동을 자발적으로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과연 누가 책임 있게 업무를 지시하고 아랫사람들은 그 지시를 따르겠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특히 "이철성 전 청장의 경우 촛불집회 관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현 정부의 개혁에도 열심히 동참했는데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것을 보니 정권에 따라 경찰 수장의 운명도 부침을 겪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평했다.

이번 수사를 정보경찰의 잘못된 관행과 작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경찰관은 "정보경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선거개입 의혹 등 불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활동들은 경찰업무에서 철저히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 정보활동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 또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정부가 부당하게 활용하는 사례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경찰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두 전 청장이 치안비서관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발생한 잘못이 경찰의 잘못만으로 여겨지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수사권조정의 분위기에서 검찰이 경찰 망신주기 카드로 활용하는 비겁한 전략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 전 청장 등은 2016년 4월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를 위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과 박화진 당시 청와대 치안비서관(현 경찰청 외사국장), 김상운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의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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