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베냉 버스 이동 중 습격당해…A씨와 미국인만 납치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게 붙잡혔다가 프랑스군에 구출된 한국여성 A씨는 정부가 철수를 권고하는 말리에도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 1년 6개월 전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올해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도착했고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베냉 공화국으로 이동하던 중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모로코와 세네갈에는 여행경보 1단계 남색경보(여행유의)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 북부지역 4개주에는 3단계 적색경보(철수권고)를 발령한 상태다. 베냉에는 발령된 여행경보가 없다.

현행 여권법에 따라 여행경보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를 발령한 지역을 당국의 허가 없이 방문할 때에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적색경보 지역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A씨의 경로를 살펴봤을 때 상당히 위험한 지역을 통과한 것은 객관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부르키나파소에서 버스를 타고 베냉으로 이동하다가 파다응구르마에서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버스에는 10명이 타고 있었는데 A씨와 미국인 1명만 데리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아프리카 말리에 근거지를 둔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가 이번 납치의 배후세력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피랍 후 한국 정부에 그 어떤 접촉도 없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무장세력의 납치 목적에 대해서는 프랑스 당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씨 역시 자신이 납치된 이유에 대해서 진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씨는 한 달 가까이 억류당하면서 학대를 당하지는 않았으며, 열악한 식사를 받았으나 심리적인 이유로 절반 가까운 기간 동안 식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결과 A씨의 영양 상태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심리적으로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부는 이번 피랍 사건을 계기로 부르키나파소 동부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 황색경보(여행자제)에서 3단계인 철수권고로 상향하고, 베냉에 여행경보를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위험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 수준을 검토하는 한편 프랑스 등 선진국과 위기관리 공조체제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프랑스와는 위기관리 의향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