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원고 부부에 20억 달러 배상 평결, 미국 사법사상 화학물질 관련 최대액

부부 "제조사 경고 없어 36년 사용"
피고 '라운드업'사 불복 항소할 듯

미국 법원이 제초제를 사용하다 암에 걸렸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70대 노부부에게 제조사가 20억55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는 미 사법사상 화학물질과 관련한 기업 상대 소송에서 최대 규모 배상액이다.

미국 언론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알바 필리오드, 알베르타 필리오드 부부가 제초제 '라운드업'(사진)을 사용하다 혈액암에 걸렸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제조사인 미국 종자 업체 몬샌토에 책임이 있다고 평결했다.

노부부는 1975년부터 2011년까지 라운드업을 사용한 결과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 림프종이 부부에게 4년 간격으로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필리오드 부부는 "몬샌토는 라운드업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라운드업이 암을 유발한다는 경고가 있었다면 우리 부부는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심원단은 노부부가 입은 실제 피해에 해당하는 보상적 손해배상으로 5500만달러, 제조사가 앞으로 이 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처벌하는 성격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20억달러를 부과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보상적 손해배상의 9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상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심원단 평결에서 피고가 이길 경우 심리가 끝나지만 이번처럼 원고가 이기면 피고 측이 항소하는 과정을 거쳐 법원에서 배상액을 판결하게 된다. 몬샌토의 모회사인 독일 화학 업체 바이엘은 "지난달 미 환경보호청(EPA)은 라운드업의 주요 원료인 글리포세이트가 발암 물질이 아니라고 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평결은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미국 연방 법원과 주 법원에 몬샌토의 제초제가 암을 유발했다며 제기된 소송은 1만3400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