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통 문화'투우'동물학대 논란 재점화…"금지 시켜야"vs"고유문화 보존해야"

일부 주정부 금지법 제정 2016년 "위헌"
17개 지자체중 3곳은 '투우 금지' 결정

화려한 장식이 달린 중세기풍 옷을 입은 이가 엄숙하게 등장해 경기장 행진을 마치면 황소가 입장한다. 이 황소는 입장 전 24시간 동안 빛이 들어오지 않는 암흑 속에 갇혀있었다. 극적 흥분감을 주기 위해서다. 붉은 천을 본 황소는 흥분해 날뛴다. 성질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흥분 상태에 이르면 인간은 작살 6개를 차례로 황소의 목과 등에 꽂는다.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며 흥분이 최고조에 이를 때 검을 깊숙이 찔러 죽인다. 인간 최소 7명이 등장해 황소 한 마리를 잡는다. 경기의 주역인 투우사(마타도어), 작살을 꽂는 (보조 투우사)반데릴레로 두 명, 말을 타고 창으로 황소를 찌르는 (기마 투우사)피카도르 두 명, 여기에 조수 여러 명이 힘을 합친다.

14세기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스페인 전통 문화 '투우'다.

최근 스페인의 한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가 황소를 죽이기 전 눈물을 닦아준 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의견과 '황소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행위'라는 의견이 대립했다.

13일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투우사 모란테 데 라 푸에블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세비야에 있는 마에스트란사 투우장에서 열린 경기에 최근 참여했다. 그는 이날 창 4개에 찔린 채 피를 흘리며 서있는 황소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영상이 공개되자 실비아 바르케로 노갈레스 스페인 동물보호당 대표는 "피가 쏟아질 때까지 황소를 고문해놓고 눈물을 닦아줬다"며 "동정심조차 없는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 대다수가 동물보호단체의 입장에 동의했다.

그러나 투우 경기의 팬들은 황소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투우 경기와 관련된 동물학대 논란은 묵은 논쟁거리다. 스페인의 일부 주는 투우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지만 2016년 스페인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법을 위헌이라고 번복했다. 오랜기간 유지된 스페인 고유 문화 보존을 위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페인 17개 지자체 중 3곳이 투우를 금지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UNCRC)에서 아이들의 투우 관람과 투우학교 재학 금지를 권고했다. 18세 미만 아동이 투우 경기를 관람하고 투우학교에 다닐 경우 폭력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