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첨단 IT 산업의 최고 중심지 '샌프란시스코'

[뉴스분석]

"아무리 범죄자 잡는다해도 '과도하면' 안돼"
여성 혹은 유색인 오인 확률 높고 인권침해도

세계 IT 산업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시가 미국 최초로 경찰 등 법집행기관이 범죄 수사 목적으로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은 폐쇄회로(CC) TV 등에 찍힌 얼굴의 윤곽을 트래킹해 인물을 특정해내는 기술로 빅데이터 프로그램과 카메라 기능의 발달로 전 세계에서 범죄자 추적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14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경찰 등 시 정부 기관이 행정 업무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미 연방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안면인식 기술을 행정 시스템에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건 첫 사례다.

조례안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시 정부는 앞으로 경찰 수사 등 행정 업무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시 정부가 기존에 이용하고 있는 기타 감시 기술도 지속적으로 공개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

조례안을 발의한 애런 페스킨 의원은 "샌프란시스코가 모든 기술(테크)의 중심이기에 '과도한 기술(the excesses of technology)'역시 통제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메시지가 미국 전체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해 6월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의 신문사 총격 사건 당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했다. 총기 난사와 같은 중범죄는 물론 경범죄 용의자 수색이나 공항이나 항구의 입출국자 통제에도 안면인식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공연에 입장하는 스토커를 차단하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면인식 기술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와 인종 차별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안면인식 기술은 정부로 하여금 사람들의 일상을 추적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권한을 갖게 했다"면서 "이는 건전한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안면인식 기술에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 지를 사람들이 스스로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조지타운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성인의 50% 이상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법 집행기관의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에 올라 있다.

지난 2월엔 아마존의 안면인식 기술 '레코그니션(Rekognition)이 여성 혹은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여성의 19%를 남성으로 잘못 판단했고, 흑인 등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의 경우에는 오인 확률이 31%에 이르렀다. 이에 인공지능(AI) 분야의 전문가 25명이 "인권과 결부되는 일"이라며 레코그니션이 경찰을 비롯한 사법 당국에 판매되는 것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서명했다.

4월에는 뉴욕의 18세 소년이 애플스토어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자신을 절도범으로 오인해 고통을 겪었다며 애플에 10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