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론수렴 상황서 '공여추진' 전격발표…"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계획 검토"
기업인 방북, 성사되면 공단폐쇄 3년만에 처음…"美도 입장 이해, 北과 협의"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정부가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후 처음으로 자산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했다.

통일부는 17일 보도자료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 하에 우선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UNICEF)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 국제기구 대북지원 사업에 자금(800만불) 공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9월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지만 집행하지 못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년 전에 저희가 결정했던 800만 불 공여사업, 그 사업을 추진하기로 일단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여 추진 방침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의결 등 필요한 절차를 다시 밟을 계획이다.

이 대변인은 집행 예상 시기에 대한 질문에 "(지원 대상이) 영유아, 임산부 이런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시급성들을 감안해서 조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정부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한 국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국제기구에 약속했던 공여는 일단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전격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통일부는 "대북 식량지원 문제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또는 대북 직접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식량 '직접지원'을 검토 대상의 하나로 공개 언급하면서 앞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될지도 관심이다.

아울러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지난달 30일 신청한 자산점검 목적의 방북을 승인하기로 민원처리 시한인 이날 NSC를 통해 결정했다.

통일부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들의 방북이 조기에 성사되도록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게 되었다"며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점검 방북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공단 가동이 2016년 2월 전면 중단된 이후 이번까지 총 9차례 방북을 신청했으나, 앞서 8차례의 경우 정부는 모두 불허 또는 승인 유보를 통지했다.

최근 방북이 유보됐던 것은 미국과의 공감대 부족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정부는 "미국도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상민 대변인은 "미국과는 기업인의 자산점검 방북 추진, 취지나 목적, 성격 등 필요한 내용들을 공유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북 성격에 대해 "기본적으로 육안점검을 계획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이 중단된 지 3년이 지났고, 또 기업인들의 거듭되는 방북 요청 때문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방북을 신청한 기업인 193명과 국회의원 8명 가운데 '직접 당사자'인 기업인들만 일단 방북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국회의원분들의 방문은 적절한 시점에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방북 일정 확정을 위해 북측과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대변인은 "필요한 북측과의 접촉, 협의 등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북측과 계속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 접촉을 해 왔다는 것들은 다 알고 계시는 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변인은 정부가 이번 방북과 관련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연락대표 접촉 등을 통해 북측의 의향을 이미 타진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