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불 이상 美 투자이민 지난 3년새 4배 급증, '높은 상속·증여세 탓' 추정

한국 부자들의 '고국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속·증여세가 낮은 국가'조세피난처'를 찾아 국적을 옮긴 세계 백만장자 수가 11만명에 육박<본보 5월 10일자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움직임이 한국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 이민당국에 따르면 50만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영주권을 얻는 '미국 투자이민(EB-5)'비자 발급 건수가 2015년 116건에서 지난해 531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EB-5는 직업 조건과 언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지 않아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이민 유형으로 꼽힌다.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한국인 수도 지난해 4800명에 달해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의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세율은 최고 50%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할증률을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65%로 단연 1위다.

세율이 높다 보니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세수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1.3%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0.3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부 주요 국가는 부(富)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상속세 면제액 범위를 기존 549만달러에서 1120만달러로 늘렸다. 싱가포르와 오스트리아는 2008년, 노르웨이는 2014년에 상속세를 없앴다.

한국은 오히려 상속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2017년 말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할 경우 감면해주는 세액공제율이 작년 7%에서 5%로 낮아졌고 올해는 3%까지 떨어진다. 상속세율 골격은 20년 전인 1999년 최고 세율이 45%에서 50%로 인상된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