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돈없고 빚많은' 美 밀레니얼 세대…결혼도 출산도 "나중에"

[이슈진단]

부모 '베이비부머'세대 보다 순자산 20% 적어
내집장만'하늘의 별따기'…대학진학률만 급등
자본주의 보다 사회주의 선호, 내년 대선 화두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밀레니얼세대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가난한 세대'가 됐다는 연구 조사가 나왔다.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교육받은 세대이지만 과도한 학자금대출과 카드 빚에 허덕이면서 나락으로 내려앉고 말았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대 간 수입, 부채, 순자산 그리고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분석한 미 연준(Fed)이 자료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 7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밀레니엄 세대는 같은 나이 때 부모 세대보다 수입과 자산이 모두 적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평균 순자산은 2016년 기준 9만2000달러로, 같은 시기 X세대(1965~1980년 출생자)보다 40% 적고 부모세대인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자)보다는 20% 적었다. 임금 역시 밀레니얼 세대들이 X세대에 비해 18%, 베이비부머들보다 27% 더 적었다.

연준은 그 원인으로 과도하게 높아진 집값과 대학진학률을 꼽았다.

세인트루이스 연준(FRED)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에몬스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집이나 주식을 살 여력이 없기 때문에 지난 10년간의 급격한 상승세에도 이익을 볼 수 없었다"며 "10년만에 자산의 가격이 너무 뛰어서 2030세대는 살 집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 들어 대학진학률도 높아지면서 학자금 빚도 늘어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학사학위 소지율은 40%로 X세대(30%)와 베이비부머(25%)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학자금 빚은 평균 1만600달러로, X세대가 가지고 있던 학자금 빚의 두 배가 넘는다. 에몬스는 "우리는 밀레니엄 세대가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도 꺼렸다. 현재 미국의 여성 1명당 출산율은 1.8명으로 32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 30대 남성은 "내가 집을 살 여유가 없는데 결혼과 아이는 생각할 수도 없다"며 "나와 내 또래들은 여전히 우리가 인생의 게임에서 남들을 열심히 따라잡아야 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적 관점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모든 세대 중 밀레니얼 세대만이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와 무상교육 등의 정책에 대해 가장 호의적인 세대였으며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등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사회주의는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가르는 화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정확한 구분 기준은 없으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1980년부터 2000년사이 출생한 세대를 주로 일컫는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인 셈이다. 한인사회에서도 이 세대에 속하는 대다수 1.5세, 2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