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소속팀의 높은 기대와 현지언론의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다. LA 다저스 류현진(32)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32)의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은 불발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25일 PNC 파크에서 열리는 피츠버그와의 원정 시리즈 2차전에 선발등판한다. 리그 방어율 부문 1위에 오르며 올 시즌 최고투수로 우뚝 선 류현진은 피츠버그전을 통해 5월 이달의 투수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류현진은 5월에 치른 4경기서 3승 1패 32이닝 1실점 방어율 0.28로 마치 외계인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피츠버그전까지 이런 기세를 유지하면 5월 '이달의 투수상'은 떼논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 지난 1일 샌프란시스코전부터 19일 신시내티전까지 달성한 31연속이닝 무실점 기록을 연장한다면 다저스 구단 역사에도 이름을 남긴다. 류현진은 연속이닝 무실점 부문에서 팀 사상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모든 매체가 류현진을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현진의 투구 분석과 활약 원인, 지금까지 류현진이 걸어온 길 등이 집중조명되고 있다. 지난 겨울 퀄리파잉오퍼(QO)를 수락하고 FA(자유계약선수) 재수를 택한 만큼 올 시즌 후 류현진의 몸값에 대한 전망도 줄을 잇는다. 게다가 피츠버그전은 공중파 채널 FOX를 통해 미국 전역으로 생중계된다.
반면, 강정호는 악몽 같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빅리그 입단 후 처음으로 개막전에 선발 출장했고 2015시즌 이후 4년 만에 풀타임 시즌 소화를 바라봤으나 맹타를 휘둘렀던 시범경기 때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시범경기 기간 강정호는 1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에 올랐고 OPS(출루율+장타율) 또한 1.113에 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음주사고를 일으키고 약 2년 동안 제대로 배트를 잡지 못했음에도 강정호와 재계약을 체결한 피츠버그 구단의 결단이 적중한 것 같았다. 하지만 강정호는 개막 후 치른 4경기서 타율 0.133 4홈런 8타점 OPS 0.504에 그쳤고 거듭된 부진 속에 벤치멤버로 전락했다. 지난 13일에는 왼쪽 옆구리 통증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까지 했다.
옆구리 부상은 완쾌 판정을 받은 강정호는 실전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25일 류현진과 맞대결 가능성은 낮다. 이 시간에 강정호는 PNC 파크가 아닌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재활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 언론 DK스포츠 피츠버그는 23일 "강정호가 타격은 물론 송구 훈련도 하고 있다. 피츠버그 구단은 내부논의를 통해 곧 강정호의 재활경기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BO리그 시절부터 명승부를 펼쳤던 류현진과 강정호는 지난달 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 7년 만에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류현진은 강정호와 첫 두 차례 승부에서 헛스윙 삼진, 3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강정호는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기어코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이날 류현진은 7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고 강정호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후 9경기 동안 2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부상까지 당했다. 류현진에게 안타를 친 후 지금까지 안타가 없다.
아직 120경기 가량이 남았다. 강정호가 부상을 훌훌 털고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류현진과의 올 시즌 맞대결은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와 피츠버그의 정규시즌 대결은 24일부터 벌어지는 3연전이 마지막이다.
류현진이 25일 넘어서야 할 요주의 타자는 강정호가 아니라 조시 벨이다. 벨은 22일 콜로라도전까지 타율 0.329에 15홈런 45타점 OPS 1.092로 펄펄 날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26일 피츠버그전에서도 벨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었다.

윤세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