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25년전 미식 축구 영웅에서 살인범으로 몰렸던 O.J. 심슨(71)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인사건 발생 25주년을 며칠 앞두고 라스베이거스의 자택에서 AP통신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심슨은 거의 매일 골프를 치며 자녀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삶이 괜찮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도 1994년 6월 12일 밤 전처 니콜 브라운과 레스토랑 종업원 로널드 골드만이 살해됐다는 사건에 대해서는 본인이나 자녀들은 거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심슨은 "우린 생에 최악의 날로 돌아가 다시 체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가족들과 나는 우리가 "나쁜 게 없는 지역'으로 부르는 곳으로 이사했고 긍정적인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5년전의 그날 밤 브라운과 골드만은 흉기에 수십차례 찔려 숨진 채로 발견됐고 심슨은 살인 혐의자로서 재판정에 서야 했다. 그는 당대의 유명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드림팀'을 꾸려 전력 방어에 나섰고 이듬해 무죄 평결을 받고 석방될 수 있었다.

1년에 가깝게 진행된 당시 재판은 미국 사회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이었다. 그의 유무죄 여부를 놓고 백인과 흑인 사회의 시각이 극명하게 대립될 정도였다.

문제의 사건은 영구 미제 사건을 남았고 심슨은 영어의 몸에서 벗어난 뒤에도 무고함을 계속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자 유족들이 건 민사소송에서는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1997년에 끝난 민사소송의 결과는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에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3천3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재산이 압류돼 경매에 넘어가긴 했지만 심슨은 배상금의 상당부분은 아직 지불하지 않고 있다.

그는 2007년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객실에서 스포츠 기념품 중개상 2명을 총으로 위협하고 기념품을 빼앗은 혐의로 이듬해 최고 33년형을 선고받았다.

9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7년 10월 가석방된 그는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그를 미식 축구 "명예의 전당'으로 이끌었던 무릎 관절은 인공 관절로 대체됐고 최근에는 안과 병원에서 라식 수술도 받았다고 한다.

교정당국은 그에게 둘째와 셋째 딸 저스틴과 시드니가 부동산업자로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를 포함해 단거리 여행을 허용했다. 큰 딸 아넬은 상당 시간을 라스베이거스에서 아버지와 함께 보내고 있다.

그는 루이지애나주의 친척들로 방문하고 있고 뉴올리언스의 흑인 판사, 검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남은 것은 지인들의 설득 때문이었다고 한다.

심슨은 "내겐 이 도시가 좋다"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이곳에서 내게 벌어진 일에 대해 사과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가석방 한달 만에 들른 스테이크 요리점에서 접근을 거부당한 소동을 가리키는 얘기다.

그후로 이런 일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식당 혹은 가끔 참석하는 스포츠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는 자주 셀카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그저 추억일 뿐이고 재산의 대부분은 변호사 비용으로 탕진되고 말았다. 심슨은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고만 말할 뿐, 재무 상태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심슨의 전처 니콜 브라운의 자매인 타냐와 데니즈는 기자의 이메일과 전화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또다른 피해자 골드만의 여동생 킴은 "심슨이 라스베이거스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고 왕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빈정댔다.

킴은 12일부터 10주의 일정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빠의 친구들, 사건 담당 형사들, 검사와 변호사들, 무죄 평결을 내린 12명의 배심원 가운데 2명을 차례로 인터뷰해 심슨의 유죄를 밝혀보겠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