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유혹으로 이끌지 마시고 →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교황, 주기도문 문구 변경 공식 승인'논란'
일부 교계 "예수님 기도 손을 대다니" 반발

바티칸 교황청이 최근 '주님의 기도(Lord's Prayer)'의 일부 문구를 변경하면서, 다소 철학적인 논쟁이 유럽 가톨릭 교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가 제자들의 요청에 따라 신에게 이렇게 기도하라고 가르친 것으로, '신약성서'에 나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주기도문의 변경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주기도문 중 마태복음 6장 13절을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lead us not into temptation)"를 "우리를 시험에 빠지게 말게 하옵시고(do not let us fall into temptation)"로 바꾸는 것을 승인한 것이다.

미국의 가톨릭 신문인 더 유에스 카톨릭(The U.S. Catholic)은 최근 교황청(바티칸)이 최신 번역판에서 '신학적, 목회적, 문체적 관점에서' 실수를 발견한 전문가들의 16년의 연구 끝에 지난 5월 주기도문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2017년 주기도문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lead us not into temptation)"라는 부분에 대해 "거짓된 빛으로 하나님을 묘사한다"고 주장하면서 변경을 지지하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비쳤었다. 당시 교황은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시험으로 인도하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시험에서 즉시 일어나도록 도우시는 분"이라면서 "이것은 좋은 번역이 아니다.

하나님을 시험으로 유도하는 분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이어 "당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이는 사단"이라면서 "그것은 사단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다른 번역본들은 현대적 언어로 이미 변경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어 성경은 주기도문을 이미 'do not let me fall into temptation'로 변경했다"면서 "왜냐하면 시험에 빠지는 이는 주님이 아니라 나이며, 주님은 우리가 어떻게 시험에 빠지는지 보기 위해 시험하는 분이 아니다"고 했었다. 그러나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는 기도문의 독일어 문구를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고, 영국 가톨릭계도 아직 변경 계획이 없다.

미국 교계에선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남침례신학대의 총장이자 주기도문 관련 책의 저자인 알버트 몰러(Albert Mohler) 총장은 이번 변경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애틀타임즈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소름이 끼쳤다"면서 "이것은 주기도문이다. 이것은 교황의 기도가 아니다. 지금껏 그래왔다. 우리는 신약에 예수님의 말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예수님의 말씀을 교황이 변경하려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심각한 문제 정도가 아니라 숨이 멎을 정도의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톨릭계에서도 교황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 월드 뉴스 의 편집장인 필립 로울러는 뉴욕타임스에 기존 번역본에 대한 교황의 비판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 교계는

한국 가톨릭은 이 부분을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로, 개신교에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로 번역하고 있다. 기존의 한글 기도문에서도 '신이 유혹으로 이끈다'는 의미는 별로 없는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측은 "현행 한국어 기도문 번역은 오해의 여지가 없기에 개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