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물 바다’였다.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잘 살고 싶다”며 박유천은 눈물을 쏟았고, 이를 지켜보던 팬들도 숨죽여 울었다. 어느덧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찬 법정은 씁쓸함을 안겼다.

14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형사4단독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유천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박유천은 탈색한 머리에 수의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 시작전 생년월일과 주소를 묻던 중 직업이 무엇이냐는 판사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던 박유천은 “연예인었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공판에는 취재진들 외에 박유천의 팬들도 수십명이 들어와 재판을 참관했다. 박유천이 등장하고 검찰의 구형에 흐느끼기 시작한 모습을 바라보던 일부 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유천은 올해 초 전 연인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와 함께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7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올해 2~3월 황씨와 공모해 3차례에 걸쳐 마약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에서 박유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황하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판매자와의 문자메시지 내용과 마약 매수 정황이 담긴 CCTV 영상 등 증거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에서의 진술 대신 검찰에서의 진술에 동의한다고 정정했다. 검찰은 박유천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40만원을 구형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릴 시 보호관찰 및 치료 등의 조치를 내려달라고 밝혔다.

박유천은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지자 기자회견과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경찰 조사에서도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과수 마약 성분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뒤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중 혐의를 인정하고 투약 사실을 털어놨다.

박유천 측 변호인은 “혐의에 대해 깊이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앞서, 자백하기보다 거짓된 말로 기자회견을 하고 도피한 자신이 부끄럽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송구하다. 기회를 주신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기재한 바와 같이 황하나와 함께 마약 투약 과정 경위에 대해선 일치하지 않는 부분 있다. 피고인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고 자신의 잘못을 전가하려 하지 않는다. 잘못된 행위임은 명백히 인정한다”면서도 “2017년 1월 황하나가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채 만났고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인지했지만 (헤어진 후에도) 애정 감정이 남아서 지속적인 만남을 가졌고 마약이라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성스캔들에 휘말린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2016년 성폭행 혐의로 4차례 고소를 당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고 일부 고소인은 무고죄로 처벌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연예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그러던 중 황하나와 결혼까지 생각했고, 이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위와 힘든 과정에 대해 참작해주길 바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수사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숨김 없이 털어놨고, 연예인의 삶을 살며 겪었던 고충과 남은 가족들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통상적인 마약사범의 경우 투약 횟수를 다 자백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피고인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숨김없이 털어놨고 이로 인해 투약 횟수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며 “매우 어린나이에 연예인돼서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가족생활 누릴 수 없었다. 연예인으로서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 피고인에게 남은 건 어머니와 동생이 유일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가족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마약에 손댄 것을 후회하고 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가족들과 살기 위해 혼자 살던 집도 처분한 상태다. 마약은 평생 멀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비난이 무서운게 아니라 가족들이 걱정하고 실망하는게 두렵다. 아직 젊고 충분히 바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말을 끝맺었다.

이후 박유천은 최후 변론에서 자신이 직접 적은 반성문을 읽었다. 공판 내내 조용히 흐느끼던 박유천은 일어나 글을 읽어내려가며 오열했고,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박유천은 “구속된 이후로 가족과 지인들이 걱정해주시고 눈물 흘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지은 잘못으로 저를 믿어주셨던 분들이 얼마나 큰 실망을 하셨을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가늠할 수 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정말 큰 죄를 지었구나를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 대신, 앞으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잃지 않도록 잘 살고 싶다. 제 자신에게 너무 부끄럽고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박유천의 첫 공판은 그야말로 ‘눈물 바다’였다. 오열하는 박유천과 팬들로 훌쩍이는 소리가 재판장을 가득 매우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박유천이 반성문을 읽던 중 오열로 말을 잇지 못하자 팬들은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하고 휴지로 입을 막고 오열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재판 후에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과 경찰 조사에서 숱한 거짓말로 실망감을 안겼던 박유천이지만, 그럼에도 법정에 선 그를 보기 위해 줄지어 온 팬들의 모습은 한류스타의 몰락을 상기시키며 더 큰 씁쓸함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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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