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해 유조선 공격 배후로 CIA·모사드 의심
미·사우디 "이란이 공격 책임" 압박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오전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과 관련, 이란 정부는 공격의 주체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12일 오만해에서 벌어진 유조선 공격에 이어 이번에도 이란을 주체로 지목하자 이란은 사안의 중대성이 큰 만큼 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제 여론을 주도하는 미국이 이란을 지목하면 사건의 실체와 관계없이 이란이 불리한 처지에 몰리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란 외무부는 14일 낸 성명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미국 관리들은 의심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이란이 했다'라고 책임을 돌린다"라며 "그런 방식이 그들에게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란은 사건 현장에 가장 빨리 달려가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라며 이란 혁명수비대가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를 반박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사건이 장난도 아니고 우스운 일도 아닌 매우 걱정스럽고 놀라운 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란에서는 이번 공격이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정보기관(CIA)과 이스라엘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케 하는 주요 용의자다"라고 지목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의 명분을 쌓으려고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봉쇄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오만해에서 유조선을 골라 공격하는 '자작극'을 벌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13일 트위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 도중 벌어진 이번 공격이 매우 수상하다면서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중동 내 긴급 대화를 제안했다.

이란 당국은 또 사건 현장에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급파해 미국, 사우디 진영의 일방적인 조사와 결과 발표에 대비했다.

동시에 사건 발생 직후 해군이 출동해 탈출한 선원 구조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압돌라히언 특별고문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브리핑에서 "이란이 이번 유조선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 미국의 평가다"라고 이란을 배후로 지목한 직후 이런 글을 올려 즉각 반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런 판단은 첩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수준, 최근 유사한 이란의 선박 공격,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어떤 이란의 대리 세력도 이처럼 고도의 정교함을 갖추고 행동할 자원과 숙련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담당 국무장관도 "폼페이오 장관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와 의견이 같다. 이란은 이런 일을 한 이력이 있다"라고 거들었다.

미군은 13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피격 유조선 선체에서 불발된 선체부착기뢰로 추정되는 물체를 떼는 장면이라면서 동영상을 공개하고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했다.

이란 정부는 이 동영상에 대해서는 아직 해명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달 12일 같은 오만해에서 유조선 4척이 폭발물로 공격당했을 때는 이란이 배후라고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사건 당일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란을 직접 공격 주체로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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