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국 범죄인 인도 허용 법안'반대 시위 극렬 양상…총기 형태 진압 장비 첫 등장

中·홍콩 당국 시위대 폭도로 몰며 강경대응
서구 지도자들 "홍콩민 자유억압 시도 안돼"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허용 법안을 둘러싼 홍콩 시위 사태가 '자유 대(對) 억압' '민주 대 전체주의'의 국제 대결 구도로 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시위대를 '폭도'로 몰며 강경 대응했지만, 서구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리더들이 일제히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홍콩 도심은 입법회(의회)의 법안 심의를 막으러 나온 수만명의 시위대가 외치는 "(범죄인 개정안) 철회" 구호로 가득 찼다. 홍콩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폭력적인 진압 작전에 나섰다. 방패와 곤봉, 헬멧과 방독면을 갖춘 경찰 틈에서 전담 요원들이 수시로 튀어나와 사격을 가했다. 홍콩에서 총기 형태의 진압 장비가 등장한 것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처음이었다.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이날 72명이 다쳤고, 머리를 다친 두 명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지금 홍콩의 모습은 1980년 5월의 광주 같다"며 잔혹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분노한 홍콩 시민들은 13일 시내 곳곳에서 '홍콩 시민에 대한 사격을 중지하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은 전날 밤 배포한 동영상을 통해 시위 참가자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어떤 문명 법치 사회도 노골적으로 조직된 폭동으로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위법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홍콩HK01 등 매체들은 "홍콩 당국은 이번 시위를 동구권을 무너뜨렸던 '색깔 혁명'과 같은 성격으로 간주하면서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서구 지도자들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2일 "영국은 전(前)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은 영국·중국 공동선언에서 정한 권리 및 자유와 긴밀히 연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도 "범죄인 인도법은 반체제 인사를 침묵시키기 위해 법을 짓누르고 홍콩민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뻔뻔한 의향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0만명이 시위를 했고 이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시위였다"며 "시위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해 중국의 비위를 건드렸다.

EU(유럽연합)는 "홍콩 시민들은 집회결사 및 자유롭고 평화로운 의사표현이라는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 홍콩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직접적인 이유이지만, 갈수록 노골화되는 중국의 내정간섭에 홍콩의 자유와 민주체제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