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어머니라는 이름에 가려 가정에선 항상 뒷켠에
자식과 가족 책임져야한다는 운명같은 사명감
나이들어 둘러보니 휑하고 쓸쓸, 아쉬운 회한
'파더스 데이'만이라도 안아주며 "수고했어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버지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대부분 대답은 '엄마'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뒷받침 해주는 집안의 '대들보'는 아버지 이지만 집안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 오늘 저녁 메뉴를 담당하는 사람, 무언가의 허락이 필요할 때 물어봐야 하는 집안의 '실세'는 어머니다.

사람의 심리는 참 이상하다. 생신이나 마더스 데이 같은 특별한 날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챙기면서 막상 특별한 날에 아버지를 챙길 때는 "아버지는 이정도면 되겠지" 하며 '버팅기게' 된다. 그런데 더 재밌는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 '파더스 데이'의 지출 규모는 지난달 '마더스데이' 와 차이가 크다. 올해 마더스데이에 미국인들은 230억1천만 달러를 지출한 반면 지난해 파더스데이는 150억 5천만 달러에 그쳤다.
흔히들 얘기하는 '해피 와이프, 해피 라이프'(Happy Wife Happy Life)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가정은 아내가 행복할 때 평화가 찾아온다. 물론 행복한 가정의 내막엔 한걸음 물러나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노력하는 아버지가 있지만 우린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아니, 가정을 위하는 '아버지'의 깊은 의미를 잘 모른다는 말이 맞다.

가끔 아버지는 "내가 돈버는 기계냐" 라고 툴툴거린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듣게된 데는 아버지의 탓도 있다. 그들은 나가서 돈버는 것 이외에 가정에선 내색을 하지 않는다. "힘들다", "아프다", "쉬고싶다"고 식구들에게 얘기하는 것이 아버지에겐 너무나 어려운 숙제다.

'남자는 울면 안된다', '남자라면 참아야 한다'는 말들을 붙들고 홀로 힘들어하는 아버지. 가족을 생각하며 모든 역경을 다 견뎌내는 아버지가 그래서 더 위대하다.

우린 커가면서 '아버지' 라는 이름의 무게를 실감한다. 내 자식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은 어쩌면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들의 마음일지 모른다. 사회에서 살아남는 다는 것은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며 그 소중한 것을 위해서 아버지는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역만리 미국땅에 건너와 리커스토어와 마켓, 세탁소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며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몫은 언제나 아버지였다.

그 시절 우리 아버지가 기댈 곳은 어디였을까.

은퇴가 빨라진 요즘 아버지는 집에서 할일 없는 남자로 전락했다.

푼돈 모아 자식 시집 장가 보내고 나니, 비좁게만 느껴졌던 집은 왜 이리도 휑하고 쓸쓸한지. 아내와 단둘이 남겨져 있어도 연애 시절 풋풋함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아내 손 한번 잡아보는건 왜이리도 어색하고 쑥스러운걸까.

삶에 치여 '사람같이 사는' 방법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인생 참 의미 없다.

나이가 드니 딸 자식과 교회만 찾는 매정한 아내. 제 삶을 펼치겠다고 훨훨 날아간 자식들. 아버지는 오늘도 집에 홀로 남겨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외로움을 곱씹고 있다.

더 아쉬운 것은 나이들수록 총알처럼 빨리 지나가는 인생이다.

16일은 파더스 데이. 이번 주말만이라도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 놓게 해주자. 그리고 살며시 안아주며 속삭여주자. "아버지,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