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까지 딱 한 경기 남았다.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쓸 시간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내일(15일. 토요일) 오전 9시(서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동유럽의 강호 우크라이나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정정용의 아이들'은 이미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남자팀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1983년 U-20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으나 결승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우크라이나를 넘으면 한국은 아시아의 새 역사까지 창조할 수 있다. 지금까지 U-20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이 우승한 적은 없다. 1981년의 카타르, 1999년의 일본이 결승에 올랐으나 각각 독일,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유럽 팀을 만나 들지 못했던 챔피언 트로피에 한국이 도전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상대도 유럽 팀이다.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유럽에 도전하는 경기다.
U-20 대표팀은 11일 결승 장소인 우츠에 입성했다. 14일까지 총 사흘 동안 휴식 및 훈련을 실시하며 팀을 정비한다. 8강에서 4강으로 넘어가는 시간이 이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긴 시간이다.
공격수 오세훈은 "사흘이면 충분하다. 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아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다. 결승전을 잘 준비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세훈의 말처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보다 많이 뛰는 축구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오성환 피지컬 코치의 지도 아래 강인한 체력을 만들어온 만큼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결승 상대 우크라이나는 한국과 색깔이 비슷하다. 수비 시에는 파이브백, 공격 상황에서는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점이 판박이처럼 닮았있다. 일단 강력한 수비로 실점하지 않고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로 상대 골문을 여는 유형의 팀이다. 한국처럼 뛰는 양도 많아 상대하기 까다롭다. 차이점은 있다. 한국은 주로 3-5-2 포메이션을 쓰지만 우크라이나는 5-4-1, 혹은 3-4-3 포메이션을 구사한다.
한국은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스포츠 데이터 수집과 분석,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츠매틱스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강인은 이번 대회 여섯 경기에서 무려 29회의 챌린지패스를 시도했다. 챌린지패스란 공격의 결정적인 기회로 이어지는 도전적인 패스를 의미한다. 여기에 볼 터치 횟수도 압도적이다. 한국 팀 볼 터치 전체 기록 6128회 중 무려 17.2%에 달하는 1060회를 기록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상대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에서 움직이는 이강인은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 그럼에도 팀에서 공을 가장 많이 만지며 1골 4도움이나 수확했다. 결승전에서도 이강인의 활약에 따라 트로피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에는 눈에 띄는 천재형 선수가 없다. 스트라이커 다닐로 시칸이 4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강인처럼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결정력이 워낙 탁월해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작은 틈이라도 주면 곧바로 실점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수비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맞대결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0-1로 한국이 졌다. 그렇다고 위축될 이유는 없다. 당시와는 멤버가 절반 이상 바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우리도 결승에 오른 강팀이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겠다"라고 우승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U-20 대표팀 에이스 이강인은 대회 전부터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로 삼았던 우승까지 이제 딱 한 걸음 남았다.

우치(폴란드)|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