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도구로 추정" 궁색한 해명…초기대응 부실을 덮기 위해 함구 의혹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이 제주도에서도 시신을 유기했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이 이를 유족에게도 숨겨오면서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부분을 감추려고 함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가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낮 12시께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 두 곳에 종량제봉투를 버린 모습을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통해 지난달 30일 확인했다.

고씨는 펜션에서 차를 타고 나온 직후 펜션과 가장 가까운 클린하우스에 종량제봉투 2개와 플라스틱류를 버리고 약 500m 떨어진 클린하우스로 이동해 다시 종량제봉투 3개와 비닐류를 버렸다.

고씨가 종량제봉투를 버리며 본인이 착용한 스카프의 냄새를 맡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고씨는 제주항∼완도항 여객선 항로와 경기도 김포시 가족명의 아파트 부근 등에서 시신을 유기할 때 종량제봉투를 사용해 왔다. 이로 미뤄봤을 때 고씨가 제주에서도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찰이 쓰레기 수거 경로를 파악해 지난달 31일 새벽 제주환경시설관리소로 갔을 때는 반입된 쓰레기가 이미 소각돼 해당 종량제봉투 내 물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그동안 유족에게 시신 수색 상황이나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 같은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박기남 제주동부서장은 지난 4일 언론브리핑에서 고씨가 시신을 도내에 유기했을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내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은 지난 22일 경찰서를 찾아가 직접 펜션 인근 클린하우스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고씨가 펜션 인근에서도 시신 일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봉투를 버린 사실을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박기남 서장은 24일 "고씨가 펜션 범죄 현장을 깨끗이 청소한 점, 사체 일부를 완도행 여객선에서 바다에 투척한 점, 사체 일부를 김포까지 이동시켜 훼손하고 유기한 점 등으로 볼 때, 제주에는 피해자 사체를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씨가 해당 클린하우스에 피해자 시신 일부가 아닌 범행도구를 버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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