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장관 폰데어라이엔…메르켈의 유력 후계자
ECB 총재도 여성, EU 지도부 빅5 중 2명이 여성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후보로 유럽의회 제1당 유럽국민당(EPP) 그룹 소속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1) 독일 국방장관이 낙점됐다. 유럽의회 인준을 받을 시 EU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이 탄생하게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도 사상 최초로 여성인 크리스틴 라가르드(63)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됨으로써 EU 지도부 빅5 중 2명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EU 정상회의는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열릴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란 역사를 쓰게 된다. 장 클로드 융커의 뒤를 잇게 될 차기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11월1일부터다.

폰데어라이엔은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일했던 특이한 약력을 갖고 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중도 보수 성향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2005년 가족여성청년장관을 맡으며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노동장관을 역임했고 2013년 12월에는 독일 사상 최초로 여성 국방장관을 맡아 지금까지 직을 유지해오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보수 정당 소속임에도 진보적 정책을 상당히 지지해왔다.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제와 최저임금제 등 중도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주장한 정책을 밀어붙이며 메르켈 총리와 맞서기도 했다. 덕분에 한때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경쟁자로 평가받았다. 자녀 7명을 출산한 '다산의 여왕'으로도 유명한 그는 남성 유급 육아휴직 제도 추진 등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였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폰 데어 라이엔은 13살 때 독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니더작센주 지사를 지냈다. 영어·프랑스어 등 능통한 외국어 실력을 지녀 국제무대에 나서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