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서 베트남 아내 무자비 구타 충격속, 남가주 한인사회도 가정폭력 경종

[뉴스포커스]

가정상담소 올해 상반기에만 피해 상담 접수 100여건
연말까지 작년 2배 넘을듯…1.5세·2세 가해자 상당수

결혼후 美이주 여성 피해 많아,10건중 1건 피해자 男
"창피해서, 자녀 때문에 신고 꺼려…가정폭력은 범죄"

최근 한국에서 한국 남성이 베트남에서 이주해온 베트남 여성 아내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큰 충격을 준 가운데 남가주 한인사회에서도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인들의 가정폭력은 이민 1세대 뿐만아니라 최근들어선 미국서 자란 1.5세, 2세 가해자들도 많아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LA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조)에 따르면 올들어 접수된 가정 폭력 피해 상담 건수가 상반기에만 이미 100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 118건 안팎을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만약 이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작년의 두배인 2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열린 가정 폭력 컨퍼런스에서 LAPD는 지난해 관할 구역내에서 신고가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만 총 1158건에 달하며 한인타운에서만 매달 15~20건에 달하는 가정폭력이 신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정상담소에 보고된 가정 폭력 사례에는 신체적 폭력이 가장 많지만 이외에도 언어 폭력, 심리적인 폭력 등도 포함됐다.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 신분을 빌미로 폭력이 가해지는 등 피해 사례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정상담소의 가정폭력 상담부 김선희 매니저는 "특히 미국인, 한인 1.5세 또는 2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케이스가 전체 피해 사례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상담을 요청하는 피해자중엔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사는 남성과 결혼한 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매니저는 "주위에 알려지면 창피하다거나 추후 자녀들 문제 등 집안이 복잡해 지는 것을 꺼려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는 여성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사례는 알려진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80% 정도가 가정폭력 가정에서 자랐거나 과거에 어떤 식으로든 가정폭력과 연관돼 있는 경우"라며 "하루라도 빨리 상담이나 신고를 하는 것이 가해자를 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이한 점은 한인들의 가정폭력 상담 신청중엔 아내에게 맞았다며 상담을 의뢰하는 한인 남성 피해 케이스도 있다고 상담소 측은 밝혔다. 상담소에 따르면 이같은 케이스는 10건 중 1건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한국문화 정서상 밖에 알려지면 창피하다는 이유로 상담이나 신고를 기피하고 있는 사례들을 합치면 실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 7~10번 폭행당해야 신고"
10수년 얻어맞은 사례도

미국의 한 연구 자료 결과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통계적으로 7~10번의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 생명을 위협받는다고 여길 때가 돼서야 신고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그 정도의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는 본인이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담소엔 10년, 20년 동안이나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가 상담소를 찾은 피해자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