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붙은 채 태어난'샴쌍둥이'자매, 50여시간 걸친 대수술 끝에 분리 성공

[영국]

100여명 의료진 투입, 수술비 개인 기증자 지불
지난 1일 퇴원해 재활 치료…"실로 복잡한 여정"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 자매가 영국의 아동 전문병원에서 50여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16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파키스탄 출신 두 살배기 샴쌍둥이 사파와 마르와 울라는 영국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병원(GOSH)에서 3차례 수술 끝에 머리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첫 수술은 쌍둥이가 생후 19개월이던 지난해 10월에 진행됐고, 쌍둥이가 분리된 마지막 수술은 올해 2월 11일에 실시됐다.

수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의료진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두 자매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복제했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쌍둥이의 두개골과 뇌, 혈관 구조를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이어 의료진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이들의 신체구조를 닮은 플라스틱 모형을 만들어 수술 연습을 했다. 정밀한 수술을 위해 절개 지침도 만들었다.

의료진은 첫 번째 수술에서 쌍둥이들의 혈관을 분리하고 머리에 플라스틱 조각을 삽입해 뇌와 혈관을 격리했다. 이 과정에서 사파의 목 정맥에 피가 엉기면서 혈류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두 아이 모두 피를 흘렸고, 마르와의 심장 박동이 떨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두 아이가 공유하는 정맥 중 하나를 마르와에게 주는 방식으로 난관을 극복했지만, 정맥 하나를 잃은 사파는 이 여파로 12시간 뒤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지막 수술에는 아이의 뼈를 이용해 새로운 두개골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의료진은 분리된 쌍둥이의 피부가 잘 자라도록 조직 확장술도 병행했다. 3차례에 걸친 수술에 꼬박 50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으며, 무려 100명의 의료진이 투입됐다. 수술비는 개인 기증자가 지불했다.

이 수술 이후에도 쌍둥이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다수의 절차가 이어졌다. 분리된 아이들은 지난 1일 병원에서 퇴원해 현재 재활의 일환으로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쌍둥이의 어머니 자이나브 비비(34)는 "병원과 의료진에게 빚을 졌다. 그들이 한 모든 일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안면성형외과 전문의인 데이비드 더너웨이 교수를 비롯해 수술을 이끈 의료진은 성명을 내고 "쌍둥이 가족을 도와 기쁘다"며 "수술은 길고 복잡한 여정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랑스럽고 그들의 치료를 맡은 GOSH팀도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앞서 GOSH는 2006년과 2011년에도 성공적으로 두개유합 샴쌍둥이를 분리한 바 있다.

☞샴 쌍둥이(Siamese twins)

두개골과 혈관이 서로 붙은 채로 태어난 유합 쌍둥이(craniopagus twins)다. 생물학적으로 수정란이 불완전하게(덜) 분리된 일란성 쌍둥이를 말한다. 1811년, 시암(Siam, 태국의 옛이름)에서 배가 붙은 채로 태어난 창(Chang)과 앵(Eng Bunker)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20만 번에 한 번 꼴로 태어나며, 절반은 사산(死産)된다. 성비는 여성이 70-75% 정도로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