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중지 도피 작년 현재 644명 4년새 2배 급증, 밀항 등 합치면 최다 1만명 추산

[뉴스포커스]

국내송환 304명…필리핀 108명 1위, 美 20명
국가간 공조늘어 이송 증가 불구 절차 어려움
거꾸로 한국 밀입국 외국인 범죄자 10명 미만

최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 씨가 미국 시민권자 신분으로 숨어살다 에콰도르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해외 도피범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찰청에 따르면 해외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범죄자는 2014년 148명에서 지난해 304명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국가별로는 필리핀(108명), 중국(77명), 태국(25명), 미국(20명) 순이다. 죄명으로 보면 사기 혐의가 15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사기로 달아났다 필리핀에서 검거돼 한국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가장 빈번한 셈이다.

매년 해외로 도망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된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등과 같은 피의자는 2014년 말 330명에서 2018년 644명으로 2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으나 해외 도피한 자유형 미집행자는 같은 기간 379명에서 686명으로 늘었다. 밀항으로 출국 기록을 남기지 않고 해외로 나가버리면 국내에 체류하는 것으로 간주돼 공소시효 정지 제도를 적용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처벌을 피한 사람이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른 뒤 한국에 들어오는 일은 드물다. 좁은 땅에 촘촘한 통신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고,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탓에 밀입국도 어렵다. 다른 나라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서 붙잡힌 수배자는 지난해 기준 1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선 "한국은 범죄자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해외 도피 범죄 혐의자 12명을 '핀셋형 추적 대상'으로 선정해 추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특별관리 대상 국외 도피 기소중지자 중 부정축재 사범'25명을 특별관리 대상에 올리고 검거 및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횡령, 사기 등 범죄 혐의 액수는 1300억 원에 달한다. 현지 사법기관의 송환 재판 등 절차로 인해 범죄 혐의자를 실제로 송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임금 123억 원을 체불한 혐의를 받은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0년 3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그는 "병을 치료한다"며 미국으로 도피했다. 다섯 달 만에 미국 당국에 체포됐지만 보석으로 석방된 뒤 추방 청문회에 불참하며 9년째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전 전 회장은 불법 체류자임에도 고급 골프장에 출입하고 나이아가라 폭포 등을 유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병언 씨의 차남 혁기 씨도 검찰이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고 한때 인터폴에 적색 수배령까지 내렸지만 현재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해외 범죄자 송환도 어렵지만 불법 재산 환수는 또 다른 난제다. 추적이 쉽지않아 정부가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을 동원해 해외 불법 재산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도 했지만 어려움이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