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5일, 평양 원정은 성사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북한과 격돌하게 됐다. 이에 따라 두 팀의 승패는 물론 11~12년 전 이뤄지지 않았던 평양 원정이 이번엔 열릴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냉각됐던 한반도 정세가 지난 달 남북미 정상 3명의 판문점 회동으로 녹아내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엔 평양의 김일성 경기장에서 손흥민(남측·잉글랜드 토트넘)과 한광성(북측·이탈리아 페루지아)을 비롯한 양측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한판 승부를 겨루는 장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벤투호는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추첨에서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이상 시드순)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2006년과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 연달아 득점했던 호주의 간판 스트라이커 출신 팀 케이힐이 추첨자로 나선 가운데 그의 손은 남북대결을 성사시키고 말았다. 이번 조추첨은 1차예선을 통과했거나 건너 뛴 아시아축구연맹 40개 회원국이 대상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라 40개국을 8개국씩 5개 그룹으로 나눈뒤 각 그룹에서 한 팀씩 A~H조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추첨이 진행됐다. 한국은 1그룹(톱시드)에 들어갔고 북한은 3그룹에 포함됐다. 5그룹부터 1그룹 순으로 추첨이 진행된 가운데 스리랑카와 투르크메니스탄이 먼저 들어간 H조에 북한이 가세했다. 이어 레바논이 들어갔고 마지막으로 한국이 포함됐다. 한국은 오는 9월10일 스리랑카와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차예선 항해에 들어간다. 이어 10월10일 투르크메니스탄을 홈으로 불러들여 두 번째 경기를 벌인다. 그리고 곧바로 10월15일 북한 원정을 해야 한다. 홈에서 열리는 남북대결 날짜는 내년 6월4일이다. 2차예선에선 각 조 1위 8개국, 그리고 각 조 2위 중 승점 및 골득실 등을 따져 상위 4개국 등 총 12개국이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관건은 북한이 홈 경기를 과연 평양에서 개최하는가다. 남북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무려 두 번이나 같은 조에 편성된 적이 있었다. 2007년 3차예선과 2008년 최종예선에서 연달아 만났다. 하지만 북한은 평양 홈경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당시 김일성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울리게 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북한에선 두 번의 홈 경기 장소로 평안남도에서 가까운 중국 선양을 제시했으나 결국 거대 도시 상하이로 낙점됐다. 두 번의 남북대결 모두 북한의 홈 경기가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국내 축구계의 아쉬움도 컸다. 남북대결 국내 경기는 모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이번엔 상황이 살짝 다르다. 당시엔 남북 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았고 북한이 김정일 체제 하에서 여전히 폐쇄적이었다. 지금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 관계가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북한 선수들이 내려와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등에 출전했고 남측 선수들이 평양으로 올라가 통일 농구를 진행했다. 2017년 4월 여자아시안컵 평양 원정 등 역도와 여자축구 선수들이 북한에서 경기하면서 태극기가 게양됐고 애국가도 연주됐다. 북한도 이제는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김정은 위원장 등 당국에서 허락하면 '10월 평양 맞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평양 원정이 성사되면 잠시 교착 상태에 빠진 내년 도쿄 올림픽 단일팀 및 남북 공동 입장, 2032년 하계올림픽 서울-평양 공동 개최 등의 논의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 여러모로 평양 원정 성사 여부가 3개월간 축구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 사회 전반의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