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뉴스 / 카타르대·호주대 공동 연구

고추 하루 50g 이상 정기적으로 섭취시 인지능력 저하 속도 평균의 2배 달해

마른 체형, 나이 든 사람 등이 더 심해
캡사이신 뇌 영향 여부 관찰 최초 조사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치나 고추 등 음식을 맵게 먹는 한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내용이다. 카타르대학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55세 이상 중국인 성인 4500명으로부터 15년간 취합한 자료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고추를 하루 50g 이상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이들의 경우 인지능력 저하 속도가 평균의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영양학 저널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최근 실린 연구결과에서 특이한 것은 마른 체형일수록 기억력과 인지능력 저하가 더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카타르대학의 주민 시 부교수(영양학)는 "이전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고추를 섭취할 경우 감량ㆍ혈압저하 효과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고추 섭취가 나이 든 사람들의 인지능력에 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 보건대학원의 밍 리 수석연구원은 "고추야말로 세계에서, 그 중 특히 아시아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양념"이라며 "쓰촨성ㆍ후난성 같은 중국의 일부 지역 성인 주민 3명 가운데 1명은 매운 음식을 날마다 먹는다"고 지적했다.

1991~2006년 실험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단어 기억, 20부터 거꾸로 세기, 기초적인 뺄셈 등 인지능력 테스트를 받았다.

연구진은 파프리카, 후추를 빼고 생고추, 마른 고추만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이 캡사이신이다. 캡사이신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관계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캡사이신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본 최초의 관찰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는 중국건강영양조사(CHNS) 데이터가 활용됐다. CHNS는 중국의 사회ㆍ경제적 여건 변화가 건강ㆍ영양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국제 협력 사업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인구센터와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CDC)의 영양건강소(NINH)가 공동 참여한다.

CHNS의 데이터에 따르면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은 신체적으로 매우 활동적이고 체질량지수(BMI)가 낮다. BMI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BMI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이다. 이상적인 BMI는 18.5~25 미만이다. 25~30 미만이면 과체중, 30~35 미만이면 비만, 35 이상이면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몸무게 99.79㎏에 키가 1m90㎝라면 BMI는 27.5다. 이는 과체중에 속한다.

연구진은 매운 음식에 푹 빠진 사람들 가운데 마른 체형 혹은 평균 몸무게를 지닌 이들이 과체중인 사람들보다 인지능력 저하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 이유까지 밝혀낸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의 치매 인구가 약 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미국의 노인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치매로 사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