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혼한 서른살 시공사 직원, 다른 작업자들 구하려다 참변
본국 가족에 월급 꼬박꼬박 부치던 20대 미얀마 청년 안타까운 죽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김철선 기자 = "회사에서 얻어준 집에서 함께 살았는데, 아주 열심히 사는 동료였다. 고국 미얀마로 돌아가 자기 집을 짓는 게 꿈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한 수몰 사고로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졌다.

하루 뒤인 1일 발견된 희생자 2명 중 한 명은 미얀마 출신 20대 외국인노동자 A씨였다.

A씨와 함께 거주했다는 동료는 "(A씨는) 쉬는 날 없이 아주 열심히 일했고, 5년 정도 한국에 있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귀국하면 자기 집을 짓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고 슬퍼했다.

2017년 5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A씨는 시공사 협력업체 직원으로 사고 현장에서 근무했다.

주한 미얀마대사관 관계자는 "A씨는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월급을 타 본국에 가족에게 송금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당일 오후 1시에 가족에게 연락을 했지만, 처음에 사고를 믿지 않았다"며 "시신을 발견하고 사진을 보내주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의 동향 지인들은 시신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이들은 슬픔과 함께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 가족은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해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A씨와 함께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30)씨도 이날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의 시신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유족은 "오랫동안 사귀던 애인과 지난해 6월 결혼해 아직 신혼인데,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 벌어졌다"며 애통해 했다.

안씨는 사고 당일 작업 현장에 먼저 들어간 협력업체 직원 2명을 구하기 위해 약 40분 뒤 따라 들어갔다가 함께 변을 당했다.

유족은 "생전에 성격이 아주 좋았고, 그야말로 사나이다운 호남이었다"며 "충분히 위험을 감지했는데도 책임감이 강해 사람을 구하려고 들어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씨의 빈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가장 먼저 발견됐지만 결국 숨진 협력업체 직원 구모씨의 빈소는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구씨의 영정을 바라봤다.

구씨의 빈소를 방문하는 조문객은 아직 많지 않았고, 유족은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위로했다. 시공사 직원들이 찾아와 유족들과 장례절차 등을 상의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 24분께 서울 양천구 목동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 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현장 점검을 하던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약 지하 40m에 위치한 수로에서 작업 중이었으나, 갑자기 내린 폭우에 저류조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쏟아져 나온 물살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한 뒤 과실이 확인되면 책임자들을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k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