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출신 22세 삼파이우…매출 하락 돌파구
'마른 백인 여성'고집 떨치고 새로운 변화 첫발

'란제리 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온 세계 최대의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모델로 세운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를 통해 "브라질 출신 22살 발렌티나 삼파이우(사진)가 빅토리아시크릿 계열 핑크(PINK) 카탈로그에 모델로 등장할 것"이라고 5일 보도했다.

핑크는 빅토리아시크릿의 하위브랜드다. 일반 의류로 치면 자라(Zara)계열의 버쉬카(Bershka)같은 셈이다. 핑크가 하위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삼파이우씨가 핑크 모델이 된다는 점은 성 소수자, 이른바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 물결이 빅코리아시크릿으로 상징되는 속옷 시장에 본격 입성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줄인 말이다. 삼파이우의 기용을 통해 그간 시대착오적인 모델 기용으로 논란을 빚어 온 빅토리아시크릿도 변화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파이우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꿈꾸는 걸 멈추지 마세요"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같은 날인 5일, 빅토리아시크릿과 핑크의 모 회사인 엘브랜즈는 수석 마케팅 담당자인 에드워드 라제크가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라제크 수석은 지난해 11월 한 잡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모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비난 여론을 맞고 회사 트위터를 통해 "감 없는 행동이었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그간 빅토리아시크릿은"마른 백인 여성 모델만 고집하고 입기 불편한 속옷을 만든다"는 비판 속에 불매 운동이 일었었다. 매출도 날로 쪼그라들어 연간 매출이 2017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자 빅토리아시크릿 최고경영자(CEO)인 얀 싱어가 사임을 발표했다. 2018년 엘브랜즈 주가는 한해 동안 41%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ABC 채널을 통해 녹화 방송된 '2018년 VS 패션 란제리쇼'도 327만명이 시청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자 올해 5월 빅토리아시크릿은 매년 하던 이 TV쇼를 폐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NYT는 "최근 여성 속옷 시장에서는 체격에 관계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속옷을 내놓은 스타트업 '써드 러브(Third Love)'나 '세비지 엑스 펜티(Savage X Fenty)'가 오히려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성소수자 인권단체 GLAAD에 따르면 최근 들어 유명 브랜드의 트랜스젠더 모델 기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캘빈클라인과 갭, H&M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도 2017년 창간 이래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모델 지나 로세로를 발탁했고, 올해도 그를 잡지 전면에 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