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와 아기 낳으면 미 시민된거 축하해요'…"웃기는 일"

뉴스포커스

"자녀 시민권 획득 위한 미국 원정 출산 막을 것"
연방의회 3분의 2 국적법 개정 등 현실화 미지수
작년에도 언급…폐지보다 지지층 결집포석 관측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미국에서 출산한 자녀에게 '출생 시민권'을 주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외국인 부모가 미국에서 원정출산으로 낳은 아이나 불법 이민자가 낳은 아이 등은 미국 시민권 획득 기회가 차단된다. 그러나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미 국적법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제도 변경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출생 시민권(중단)을 매우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이네'라고 말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한국에서도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갖도록 하는 원정출산이 병역 면탈 등에 악용되면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다.
따라서 출생 시민권 제도가 없어지면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와 불법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물론 부모가 학업과 근로 등의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 태어난 아이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불법이민자 부모들과 비시민권자들의 원정 출산으로 미국 현지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즉 앵커 베이비들의 경우 한 해에 30만 여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출생 시민권 제도 폐지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출생 시민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왔으며 2018년 10월에도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 등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부모가 미국 시민이든 아니면 불법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든지간에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따라서 수정헌법에 근거를 둔 출생 시민권 제도를 없애려면 대통령의 행정명령 정도로는 불가능하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미국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연방의회에서 상·하원 의원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전국 50개 주 가운데 5분의 3인 37개주의 비준을 얻어야하는 제약이 있어 속지주의 개헌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감행한다고 해도 연방법원에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소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려는) 이런 시도가 미국 헌법에 배치된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중단 검토 발언이 실제적인 제도의 폐지보다는 2020년 재선을 앞두고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이민에 강경대응하고 합법이민의 문턱도 높이면서 이민자 유입 차단에 전력, 백인 지지층 결집을 시도해왔다. 출생 시민권 폐지 역시 강경 이민대응 기조 하에서 같은 목적으로 거론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