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설교 중 난입한 소녀 근위대가 제압하려 하자 말리며 한마디

[로마 바티칸]

연단 카메라 앞 왔다갔다, 5분간 설교 방해
어머니 손 이끌려 내려갈때 까지 "그냥 두라"
"아이는 질병의 희생양, 치료위해 기도하라"
설교 끝난 뒤 교황의 가르침에 청중들 박수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도하는 예배가 한창이던 바티칸 성당. 이날 교황은 일반 신도들 앞에서 '위선을 피하는 것과 행동의 중요성'에 대한 설교를 하고 있었다.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교황의 설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소녀 한 명이 교황이 앉아 있는 설교단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연단을 제집 안방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던 소녀는 중계 카메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손뼉을 치기 시작했고 경건한 예배당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소녀는 교황의 얼굴을 비추던 카메라 앞을 왔다 갔다 하기도 했으며 급기야 교황 코앞으로 다가가 설교를 방해하기도 했다.

바티칸 근위대가 이런 소녀를 저지하려는 찰나, 교황은 '내버려 두어라'고 손짓하며 소녀가 자유롭게 연단을 누빌 수 있게 두었다. 이어 "소녀를 내버려 두시오. 하나님은 아이들을 위해 말씀하십니다"라며 "그냥 두라,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신도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 뒤로 소녀는 근위병 앞을 기웃거리는 등 5분여를 더 연단에 머무르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자리로 돌아갔다.

15분 후, 잠잠해졌나 싶었던 소녀는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또다시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이를 본 신도들은 이번에는 소녀를 향해 박수를 보냈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녀는 10분을 더 연단을 헤집고 다니다 관계자와 함께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곤 1시간의 남은 설교 시간 동안 휠체어를 탄 사람들 옆에 얌전히 앉아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설교가 끝난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중을 향해 "이 가여운 소녀는 질병의 희생양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마음속으로 한 번 대답해보라. 연단으로 뛰어 올라온 소녀를 보았을 때 나는 이 불쌍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기도했는가. 주께서 이 아이를 치료하고 보호해주시기를 기도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또 "고난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면 기도 해야 한다. 오늘의 이 상황은 우리가 늘 마음속으로 이 사실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지언론은 이 소녀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글자가 적힌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연단에 난입했으며 교황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손을 잡으며 미소를 건넸다고 전했다.

지난해 일반 신도 알현 예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어린 소년 한 명이 설교 무대로 올라와 예배를 방해했는데, 교황은 아들을 붙잡으려는 어머니를 제지하며 '아이를 내버려 두어라'고 말했다.

또 소년이 자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폐로 말을 하지 못하지만, 소년은 의사소통을 하는 법,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알고 있다"면서 "제멋대로지만 자유롭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자유로워져야 한다. 하나님이 이 소년이 말을 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시도록 기도하자"고 말해 7000여 명의 신도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