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 "나 미국 시민권자야" 주장 가주 50대 남성 사기 혐의자에 징역 1년6개월 실형 선고

[뉴스진단]

"외국인 국외 범죄 해당, 이미 합의해서 무죄"
vs
"한국내서 일어난 범죄…재판권 한국에 있다"

해외 유명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공급할 능력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 의류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미국 국적의 50대 사업가가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임을 내세워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단독 조수진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A씨(56)는 2013년 1월 의류회사를 운영하는 B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그는 자신을 "이탈리아와 캐나다 등 100여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정식 에이전트"라고 소개하며 B씨에게 "대금을 입금해주면 의류와 가방 등을 직접 받아서 공급해 주겠다"고 했다.

B씨는 그해 1월 5만7340달러(한화 6943만원 상당)를 A씨의 은행 계좌로 넣었다. 같은 해 10월까지 모두 38회에 걸쳐 한화 1억7444만원과 미화 18만7866달러(한화 2억2750만원 상당)를 A씨에게 입금했다. 하지만 A씨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에이전트가 아니었다. B씨가 입금한 돈은 자신의 회사 운영자금 등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결국 A씨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B씨에게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정식 에이전트라거나 직접 물품을 공급받는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다른 공급자에게 사기를 당해 물품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과 B씨가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니 외국인의 국외 범죄에 해당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가 B씨의 회사 대리인과 민형사상 합의해 미국에서 소추가 면제된 경우여서 이 사건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다.

조 판사는 "우리 형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적용된다"며 "피해자 회사가 국내에서 국내 은행 계좌를 통해 피고인이 지정한 계좌로 물품 대금을 송금한 만큼 피고인이 미국 회사 명의의 미국 은행 계좌를 통해 입금받았다고 해도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죄를 범한 것에 해당해 재판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과 피해자가 합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양형을 고려할 사유에 불과하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본사에서 직접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피해자 대리인과 민사상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