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계속 오른 '도밍고'

미국선 잇딴 취소 불구
유럽은 "무죄추정 원칙"

명성과 권위를 악용해 수십 년간 여성 여러 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8)가 논란을 무릅쓰고 25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무대에 올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공연된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에서 주인공인 퇴역군인 밀러(바리톤) 역을 맡은 도밍고는 축제 조직위원회와 동료 출연진의 열정적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AP통신이 12일 "도밍고가 2003년부터 총감독을 맡아온 LA 오페라단에서 여성 9명을 성추행했다"고 보도한 후 미국 오페라하우스 두 곳이 도밍고 출연 공연 일정을 취소했지만 유럽 공연장 가운데 도밍고 공연을 취소한 곳은 없었다. WP는 "도밍고의 몇몇 유럽 동료들이 '성추행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헬가 라블스태들러 잘츠부르크 축제 조직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심판을 내려 비난에 힘을 보태는 행위는 매우 잘못된 일인 동시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나는 25년 넘게 도밍고의 상냥함을 곁에서 봐 왔다. 잘츠부르크에서도 도밍고는 여러 소문에 휘말린 채 지냈다. 나 또한 그에 대한 소문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유럽 공연장들이 "LA 오페라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11월까지 일정이 확정된 도밍고의 유럽 공연은 대부분 차질 없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는 12월 15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