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작년 美점유율 5위로 점프…건강 문제 담배 시장 축소 악조건 뚫고 '활활'

[뉴스진단]

24억3692만 개비수출 日 담배업체 JTI 제쳐
가성비와 굵기·길이 현지 맞춤형 전략 성공
20년만에 11배 훌쩍…일본에서도 판매 선전

최근 한국 담배가 미국 시장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글로벌 담배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가성비와 현지 맞춤형 전략을 앞세워 도전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KT&G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24억3692만 개비를 수출하며 일본 담배업체 JTI를 제치고 미국 시장점유율 5위에 올라섰다.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1999년(2억2000만 개비)보다 11배가량 수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KT&G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3위 거대 시장인데, 담배 수요가 매년 2.5% 이상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악조건을 뚫고 수출량과 시장 점유율을 모두 높여 나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정부별로 승인 절차가 달라 통관 절차가 복잡하고 유통업체의 입점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말버러, 뉴포트, 캐멀 등 글로벌 브랜드가 프리미엄 담배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외국 신규 업체가 침투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T&G는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제품들을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한국에 유통하는 제품보다 굵기는 유지하면서 길이를 20%가량 늘리고, 진한 맛을 더한 타임(TIME)이 대표적이다.

저가 제품 전략도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말 출시된 디스(THIS)는 지난해 1월 1313만 개비가 판매됐지만, 올해 1월에는 1억 개비 이상 팔리는 등 판매량이 8배로 증가했다. 쥴(JUUL)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인기 등 프리미엄 담배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저가 시장을 잘 파고든 셈이다.

KT&G는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글로벌 3사(JT, PMI, BAT)가 98% 이상을 점유하고 400여 종의 제품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KT&G는 지난해 일본 수출량 3억5345만 개비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7242만 개비) 5배가량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에쎄, 보헴 등의 브랜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7년 일본 수출 전용 제품인 '블랙잭(Black Jack)'을 출시하며 활로를 찾았다.

KT&G는 신시장 개척을 통해 현재 70개국인 해외진출 국가 수를 내년까지 100개국으로 늘리고, 2025년까지 200여 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