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한때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진원지 '피그스'4개국 중 하나…9년만에 '부자들의 안식처'로

2011년 사민당 집권후 환골탈태
50만유로 투자땐 장기비자 발급

거주 외국인 3년만에 23% 늘어
경제 성장 쑥, 유럽의 희망으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살기힘든 나라 중 하나이던 포르투갈이 전 세계 부유층의 새로운 안식처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과 국수주의, 인종차별 등으로 인한 극단적인 정치 분열과 이로 인한 사회 불안, 혐오 범죄 등이 곳곳에서 벌어지자 여기에 환멸을 느낀 전문직 종사자들과 부유층들이 치안이 좋고 포용적인 문화의 포르투갈로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포르투갈은 남유럽 재정 위기의 진원지 '피그스(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중 하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와 막대한 재정 적자로 인해 201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17%까지 치솟은 실업률에 조국을 등지고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정반대다. 포르투갈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해온 사람이 2015년에 39만명에서 지난해 48만명으로 3년 만에 약 23%가 늘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던 독일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는 등 유럽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는데 포르투갈은 지난해 2.8%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포르투갈이 유럽 경제에 보기 드문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포르투갈 경제를 견인한 주요 정책은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세금 정책과 비자 제도이다. 2011년 집권한 사민당 정권은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한편 주력 산업인 관광업을 살리고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외국인 이주민이 포르투갈에 50만유로(약 6억70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이에 준하는 직접투자를 하면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하는 '골든 비자'제도를 마련했다. 수도 리스본의 경우 올해 초 기준으로 도심 지역 아파트는 한 평당 평균 1만1600유로(약 1570만원), 외곽 지역 아파트는 한 평당 평균 6600유로(약 895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이 골든 비자로만 지난해까지 총 30억유로(약 4조625억원)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EU 국가에서 이주한 사람에게는 연금소득에 대해 면세 혜택을 부여하면서 유럽 내 고령 연금 생활자들이 대거 포르투갈로 이주하는 추세다.

특히 브라질 등 살인 범죄율이 높고 치안이 불안한 중남미 국가의 부유층 중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매치기 많기로 유명한 이웃나라 스페인과 달리 포르투갈은 치안 수준이 세계적으로 높다. 국제경제평화연구소가 국가별 사회 안전망과 치안 수준 등을 매년 평가하는 '국제평화지수'에서 포르투갈은 올해 2단계 상승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이슬란드, 2위는 뉴질랜드였다. 포르투갈은 전체 인구의 약 10%인 100만여명이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어 외국인과 이주민에게 관대하고 친절하다. 전체 인구의 약 90%가 가톨릭 신자라 종교적 배타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최근 포르투갈로 이주한 브라질 출신 사업가는 "상파울루에서는 수백 미터도 맘 편히 걸어 다닐 수 없었지만, 여기서는 자유롭게 거리를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투자 이민이 늘어나면서 포르투갈은 지난해에만 32억5000만유로(약 4조3250억원)의 외국인 직접투자(그린필드 FDI)를 유치했으며, 투자 건수로는 3년 전보다 무려 16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