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부드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세게 더듬었다"
수십년 동안 동종업계 여성 성추행 보도 이후
함께 공연했던 앤절라 터너 윌슨, AP에 폭로
"도밍고, 옷 속에 손 뻗어 가슴 움켜줘" 주장

오페라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78)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또 등장했다. 앞서 도밍고는 수십년 동안 동종업계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언론 보도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4일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집중 보도해온 AP통신은 도밍고와 함께 무대에 섰던 앤절라 터너 윌슨이 추가 피해 폭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윌슨은 워싱턴오페라의 1999~2000년 시즌 '르 시드'에서 두번째 여성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남자 주인공은 도밍고였다.

윌슨에 따르면 어느 공연 전날 저녁 윌슨과 함께 화장 중이던 도밍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윌슨의 뒤에 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윌슨의 옷 속으로 손을 뻗어 신체를 만졌다. 당시 윌슨은 28세였다.

그는 AP에 "아팠다. 부드럽지 않았다. 그는 나를 세게 더듬었다"고 밝혔다.

이어 "누가 도밍고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기를 바라겠는가? 그러고 나서 난 무대로 가서 도밍고와 사랑에 빠진 연기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도밍고는 단둘이 공연 관련 영상을 보고 저녁을 먹자며 끊임없이 그를 아파트로 초대했다. 그는 초대를 거절하면서 도밍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말끝에 '마에스트로'(maestro·거장)를 존칭으로 붙였다고 회상했다.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밍고는 노크도 없이 그의 분장실로 들어와 키스를 요구했다. 도밍고는 "이건 어려운 역할이다. 힘을 내려면 키스를 해야 한다"고 우겼다고 한다. 윌슨은 자신이 결혼했다고 강조했지만 도밍고는 계속 신체 접촉을 요구했고, 결국 뺨에 키스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AP는 1999년 10월4일 공연을 시작한 르 시드의 리허설 당시 윌슨이 쓴 일기장을 받았다. 윌슨은 도밍고와의 관계에 대해 '신이시여 제발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적었다.

윌슨은 도밍고의 성추행 파문이 일어난 뒤 도밍고의 팬들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도밍고는 성 추문 보도 직후 공연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는 "팬으로서는 이렇게 매력적이고 관대한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8세인 윌슨은 댈러스 지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도밍고가 1980년대 후반부터 8명의 오페라 가수와 무용수 한 명을 성추행했다는 AP 보도를 본 뒤 미투(나도 당했다)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는 "내가 이 기회를 침묵으로 넘겨버리면 20배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알았다. 매번 '미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어두운 곳으로 달려가는 데 지쳤다"며 "음악과 예술은 멋지다. 나는 이 사업이 젊은 여성들에게 최소한 공평한 기회를 줄 수 있는 진실성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도밍고의 대변인은 "AP가 도밍고를 깎아내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캠페인은 부정확하고 비윤리적이다. 이 새로운 주장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공연 취소
유럽, "뭐 어때?"

한편 성 추문 이후 도밍고가 총감독으로 있는 LA오페라는 그를 조사하기로 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도밍고의 공연을 취소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유럽 음악계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하며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