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례 기자회견 열어 부인했지만 시민들은 추모시위 계속
'부상자 응급조치 거부·늑장 병원 이송' 등도 도마 위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 사이에 '시위대 3명 사망설'이 계속 퍼지면서 홍콩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홍콩 지하철공사, 경찰, 소방당국, 의료당국 등은 범정부 차원의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 3명 사망설에 대해 해명했다.

시위대 사망설은 지난달 31일 경찰이 프린스에드워드 전철역에 최정예 특수부대 '랩터스'를 투입해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찰은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둘렀고,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은 남녀 4명을 여러 명의 경찰이 둘러싼 뒤 곤봉으로 구타하고 최루액을 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퍼졌다.

유포된 사진을 보면 경찰의 구타로 머리에서 피를 흘리거나 붕대를 감고 있는 부상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후 당시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숨졌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소방 지휘관은 당초 부상자 수를 10명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7명으로 수정했는데, 이를 두고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3명이 사망했는데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했다.

이를 사실로 믿는 많은 홍콩 시민은 프린스에드워드 전철역 입구에 찾아와 조화를 놓고 추모에 나섰다. 또한, 지난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프린스에드워드 역과 인근 몽콕 경찰서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전철역 안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일부 공개하면서 시위대 사망설을 부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당시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특별열차를 통해 라이치콕 역으로 이송해 병원으로 옮겼다"며 "부상자 7명은 병원에 입원할 당시 모두 의식이 있었으며, 3명은 중상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 야당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며, 홍콩 언론도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상자 모두 의식이 있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당시 체포된 시위대 중 2명은 SCMP에 "부상자 중 최소한 1명은 의식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홍콩 명보는 부상자들의 병원 이송에 무려 3시간이나 걸린 점을 지적했다.

명보가 소방당국에 요청해 확인한 자료를 보면 당시 소방당국에 부상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31일 밤 11시 5분이지만, 이들이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 53분에서 2시 9분 사이였다.

부상자 병원 이송에 3시간이나 걸렸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가운데는 중상자도 있어 시급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이 사망설 유포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린스에드워드 역 시위 진압 당시 경찰은 응급요원과 취재기자가 역사 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는 영상을 보면 역사 진입을 거부당한 한 응급요원이 "저는 부상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절 때리거나 쏴도 좋습니다. 제 목숨과 바꿔도 됩니다"라고 호소하지만, 경찰은 돌아가라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이에 이 응급요원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만다.

야당은 부상자들의 병원 이송에 3시간이나 걸린 점을 상세하게 해명하고, 당시 역내의 CCTV 영상을 완전히 공개해 의혹을 해소할 것을 홍콩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날 홍콩 정부의 시위대 사망설 해명 기자회견은 지난주 이후 무려 6번째다. 취재진의 역내 진입을 막고 비공개로 진압 작전을 펼친 것이 되레 의혹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리학자 아모스 청은 "소문이 이렇게 퍼지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붕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중이 제도권에 대한 신뢰를 잃을 때 대중은 자신들이 사리에 맞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믿게 된다"고 말했다.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