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9조 개정 추진…'자위대 명시' 명분 내세워 '허들낮추기' 시도
자민당 2인자 니카이, 아베 4연임 지지 표명…"당이 전부 나서 지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개각과 집권 자민당 당직 인사로 우익 중심으로 진용을 재편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1일 개헌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東京) 소재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내정, 외교에 걸친 여러 가지 도전을 진행해 레이와(令和, 일본의 새 연호) 시대의 새로운 일본을 개척해 간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것은 자민당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인 헌법 개정을 향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것이든 매우 어려운 도전뿐이지만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결의하고 있다"며 개헌 의지를 피력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7월 참의원 선거 결과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며 정치권이 여야의 경계를 넘어 활발하게 개헌 논의를 하기 바란다는 뜻을 함께 표명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를 겸하고 있는 아베 총리는 이날 당 본부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도 "새로운 체제 아래서 우리 당의 오랜 세월 비원(悲願)인 헌법 개정을 당이 한덩어리가 돼 강력하게 추진하고 싶다"며 개헌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과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는 이 조항을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전환하려고 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전력 보유 금지 규정이 자위대의 존재와 충돌한다는 논란을 이용해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개헌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심리적 장벽은 높은 편이지만 일본인에게 친숙한 조직인 자위대를 매개로 허들을 낮추는 구상인 셈이다.

재해·조난 등의 상황에서 출동해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는 조직인 자위대는 일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한국 등은 자위대를 사실상의 군대로 평가하지만, 일본인의 시각은 이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의 재신임을 받아 주요 직위를 지킨 자민당 간부들도 개헌 의지를 함께 피력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집권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재의 의향에 따라 당이 모두 나서 헌법 개정을 향해 노력을 거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직을 4연임 하는 구상에 관해서는 "만약 총재가 결의하면 국민의 의향을 따르는 형식으로 당이 전부 나서 지원하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현재 3기 연속해서 집권 자민당의 총재를 맡고 있고 총재 임기는 2021년 9월까지이지만 그 이후에도 아베 총리가 한 차례 더 총재를 할 수 있도록 협력할 뜻을 표명한 것이다.

집권당 총재가 되는 것은 일본 총리가 되기 위한 사실상의 필요조건인데 이미 전후 최장수 총리인 아베 총리의 임기를 더 늘리는 것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임기 말 아베 정권의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베 총리 퇴임 후에 자민당 총재가 되기를 희망하는 '포스트 아베' 주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도 "헌법 논의가 국민 모두에게 끓어오르도록 당으로서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단행한 개각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유임하고 각료 17명을 교체했다.

그는 문부과학상에는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방위상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임명하는 등 우익 성향의 인사 혹은 최근 한일 관계에서 강경 자세를 취한 인물들을 주요 직위에 앉혔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