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한가위’ 뜻 알아요. ‘한’이 크다는 의미고, ‘가위’가 가운데잖아요. 여러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가수 겸 방송인 라나(본명 스웨틀라나 드미트리예브나 유지나)는 한국인 혼혈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한국인 뺨치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게 첫번째 이유. 고향인 러시아 사할린 포로나이스크 출신인 그의 부모님 중 한국인은 없지만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한국인’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는 점이 두번째 이유다. 지난 2017년 JTBC ‘비정상회담’부터 시작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예능에 출연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라나가 2019년 추석을 맞아 한복을 차려입고 스포츠서울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라나는 자신이 입은 한복 색깔에 대해 “말린 장미같다”면서 “생각보다 너무 편하다. 너무 예쁘다. 한복을 벗고 싶지 않다”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은 뒤 ‘셀카’를 찍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려야겠다”고 흡족해 했다.

◇이방인이 본 한국의 ‘명절’, “놀다가 갑자기 진지하게 절하는 게 신기”
러시아엔 추석 같은 가을 명절이 없다. 설날이 가장 큰 명절이다. 라나는 “가족끼리 모이는데 샴페인이 필수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갈 무렵 소원을 종이에 써서 태운 뒤 재를 샴페인잔에 넣고 마시며 소원을 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새해 인사를 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긴다. 샴페인과 함께 귤이 필수다. 아마 설날에 러시아인 한명당 귤 1㎏은 먹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새해 첫날의 냄새는 귤 향기”라고 소개했다.

러시아에선 보드카가 ‘국민주’ 아니냐는 말에 라나는 “러시아에 있을 때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술을 마셔본 적이 없지만 우리 가족이 보드카를 마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와인과 샴페인을 많이 마시고, 설날에 아이들은 무알콜 사이다 같은 걸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크리스마스인 1월 7일 그리고 부활절도 큰 명절. 부활절에는 계란을 들고다니며 지인, 혹은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계란을 부딪히는 계란 싸움 풍속도 있다.

한국에 온지 6년째인 라나는 ‘추석’이란 말을 들으면 떡이 떠오른다. “처음 송편을 먹었을 땐 떡이 뭔지 몰라 식감에 놀랐다. 쌀로 만든 케이크라는 설명을 듣고, 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는 라나는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일 정도로 떡을 즐긴다.

추석에 “고향에 내려간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신기했다. “러시아에는 ‘명절에 고향에 내려간다’는 개념이 없다. 처음엔 ‘내려간다’, ‘올라간다’는 말을 들을 때 신기했다. ‘어딜 내려간다는 거지? 계단도 아니고’ 싶었는데 이제는 고향에 간다는 사람에게 ‘언제 올라오세요?’라고 묻는다.”

라나는 지난해 설날에 친구의 시골집에 함께 내려가 한국 명절을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친구가 자신의 고향집에 같이 가자고 초대해 줬다. 심심해서 따라갔는데, 시골이었다. 사흘쯤 머물렀는데 친구의 가족이 15명쯤 모였다. 친구의 어머니가 아침밥을 차려주시는데, 저녁밥처럼 푸짐하게 차려주셔서 놀랐다. 차례를 지낼 땐 내가 구경하면 이상할 거 같아서 읍내에 나가 있었다”는 라나는 “설날에 가족끼리 세배를 하는 게 조금 신기했다. 러시아인들은 명절에 만나면 수다를 떨며 서로 즐기는데 한국인은 조금 진지해지는 게 있다. 서로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절을 하는 게 신기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러시아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런 낯선 생활 풍습을 구경하고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가수 데뷔 자체 점수는 ‘49점’, “저와 팬들 모두 꽃길 걷고 싶어요”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과를 휴학중인 라나는 지난 7월 데뷔곡 ‘테이크 더 휠(Take The Wheel)’을 발표하며 가수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스스로 데뷔 활동에 ‘49점’을 준 그는 “많이 떨려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스스로 엄격하게 평가하는 편인데 연습고 실제 무대에 서는 게 다르더라. 연습 했던 거 보다 더 못했다”고 밝혔다.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솔직히 기대는 안했다. 기대 하면 그만큼 실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생각보단 반응이 괜찮았다. 팬도 생겨서 좋았다”고 말했다. 가요 프로그램에 총 8차례 출연했는데 활동 중반부 즈음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 한 팬이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걸 듣곤 노래를 부르다 너무 기분이 좋아져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데뷔 활동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 전 객석 옆을 지나는데 나를 알아보는 분이 많아 깜짝 놀랐다. 누가 ‘라나 언니’라고 불러서 내가 ‘저 알아요?’라고 물으니 ‘언니 좋아해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좋아해요’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라나는 “내 보컬, 춤이 조금 아쉬웠다. 연습보다 실전에 실력 발휘를 못하는 걸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예능은 계속 하다보니 조금 적응이 되더라. 내 성격 등을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보일 수 있다는 게 예능의 매력이다. 내 장점은 한국말을 좀 한다는 것이다. 예능에서 내 매력을 잘 보일 자신이 있다”는 그는 출연하고 싶은 예능으로 JTBC ‘아는 형님’을 꼽으며 “아는 형님 교복이 너무 예쁘더라. 꼭 입어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석에 보름달에 빌 소원을 묻자 “가족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팬들이 계속 꽃길을 갔으면 좋겠다. 가수로서는 더 많은 콘셉트를 선보이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월드 투어를 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5개 국어에 도전하고 싶다. 현재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를 하는데 중국어,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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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라나. 사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