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대표작 원형 보존해 유지키로 결론
[한국]
화재 발생 위험 등으로 1년 넘게 가동 중단
단종된 CRT 모니터 교체가 최대 골치 거리
30억원 비용 예상…"작품의 의미 되새겨야"

1년 넘게 불이 꺼졌던 백남준(1932~2006) 작품 '다다익선'(1988년)의 불이 다시 들어올까?
300여대의 모니터가 불이 꺼져 가동이 중단된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원형 유지를 기본 방향으로 보존된다.

▶1988년 완성 '인생 역작'
국립현대미술관은 11일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 보존 및 복원을 위한 조사 경과와 운영 방향을 발표하고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3개년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다다익선'은 TV수상기 1003대로 만든 높이 18.5m의 비디오타워. 노후로 인한 화재 위험 등 문제로 지난해 2월 상영을 중단했다.
'다다익선'은 198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개관하면서 장소 특정적 설치작업으로 구상돼 1988년 완성됐다.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18년 2월 브라운관 모니터의 노후에 따른 화재 발생 위험 등 안전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해 2월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 설치된 '다다익선'의 상영을 중단한 직후부터 작품의 보존 및 복원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원형복원이란 결론에 다다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의 유작 중에서도 최대 규모(모니터 1003대)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지대하고 향후 백남준 비디오아트 복원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국제적 협업도 가능
특히 독일 ZKM, 미국 MoMA, 휘트니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미술기관 20여명의 자문과 유사 사례를 조사했고 CRT 모니터를 대체 가능한 신기술의 적용 여부도 검토했다.
CRT 모니터는 최대한 복원해 작품이 갖는 시대적 의미와 원본성을 유지할 예정이다. 현재 CRT 모니터 생산은 중단됐으나 미술관은 미디어 작품을 위해 재생산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CRT 재생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업도 도모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윤양수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장은 CRT 모니터 수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과장은 "현재 CRT 모니터가 국내에서는 단종(2014년 생산 중단)됐지만 중국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다. 한국에는 중고 CRT가 있다"면서 "'다다익선' 모니터 1003대 중 250~300대 정도가 CRT 교체 대상이다. 현재 우리 미술관이 보유한 CRT 모니터는 80대다. 충분히 CRT로 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전시 재개 목표
그러나 원형 복원이 지속 가능하느냐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2003년 1003대 모니터를 교체한 이후 아홉차례 부분적 교체 및 수리가 이뤄졌다. 기술의 발달로 미디어가 사라지거나 개발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양수 과장은 "CRT 모니터를 하루 8시간 지난 25년간 풀가동했다. 하루 8시간 풀가동은 비용도 커 하루 작동시간을 줄여 수명을 조금 더 연장해볼 만하다. 하지만 50년, 100년은 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LED로 바꾸지 못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마이크로 LED는 현재 연구 초기 단계다. OLED도 마찬가지다. 최소 10~15년을 내다보고 그 후 새로운 디스플레이로 바꿔야하는 지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했다. 이러한 방향 아래 2019년 연말까지 사례 및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2020년부터 3개년 중장기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비용은 총 30억원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