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킬러 42년만에 붙잡아…살인마 '조디액킬러' 검거에 총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국내 범죄사상 최악의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 용의자를 경찰이 사건 발생 33년 만에 특정하면서 최근 미국에서 잇달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장기미제 강력 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수사기관이 근래 해결한 장기미제 사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70~80년대 미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40여건의 강간과 10여건의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이다.

미 새크라멘토 경찰은 지난해 4월 골든 스테이트 킬러로 용의자 제임스 드앤젤로(72)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고 그를 붙잡아 수감했다.

사건 발생 시점부터 따지면 42년 만이었다.

화성연쇄살인과 비교하면 9년 더 묵혀 있던 사건을 해결한 셈이다.

수사당국은 1980년 캘리포니아주 벤추라 카운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를 단서로 수사망을 좁혀간 결과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계보 찾기 사이트의 친척 유전자 감식 기능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경찰국이 1973년 발생한 스탠퍼드대학 졸업생 레슬리 마리 펄로브 피살 사건의 용의자를 무려 45년 만에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현장 증거로 간직해온 DNA 샘플을 패러본 나노랩스라는 분석 연구소에 제출해 유전자 지도를 제작했고 이를 근거로 범위를 좁힌 끝에 존 아서 게트로(74)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에서도 지난해 말 DNA 추적 끝에 10대 여성 살인범을 39년 만에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아이오와 시더래피즈 경찰은 1979년 주차장에 있던 차 안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된 18세 학생 미셸 마틴코의 살해 용의자로 제리 린 번즈(64)를 체포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7년 만인 2006년 피해자의 옷에서 타인의 혈흔을 발견했고 그때부터 DNA 분석과 재수사에 돌입해 12년 만에 진범을 찾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DNA 분석 등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장기미제 사건 해결에 활기를 띠자 역대 최악의 연쇄살인마로 알려진 '조디액 킬러'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디액 킬러는 1969년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와 인근 지역에서 모두 37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 범죄사상 가장 극악한 살인마 중 한 명이다.

용의자가 지역 언론에 점성술 암호를 섞은 편지를 보내 황도 십이궁을 뜻하는 '조디액'(zodiac)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미국 내 장기미제 사건들은 대부분 DNA 분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그 과정에서 계보 찾기 사이트가 일정한 공을 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미 수사당국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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