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트뤼도 총리, 2001년 젊은 시절 축제 때 찍힌 사진 파문…유세 타격, 정치적 위기

"인종차별 인식 못해…정말 죄송" 사과 불구
검찰 기소유예 종용혐의 설상가상 악재 겹쳐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48)가 지난 2001년 코스튬 파티에서 얼굴을 새까맣게 칠한 모습으로 분장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다음달 21일 치러지는 캐나다 총선에서 다양성과 사회통합을 외쳐온 트뤼도 총리의 선거 유세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미국 주간지 타임은 트뤼도 총리가 당시 얼굴은 물론 목과 손 등을 모두 새까맣게 칠한 채 터번을 쓴 아랍인으로 분장하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이었고 캐나다 사립학교 웨스트포인트그레이아카데미에서 프랑스어 교사로 일하던 중이었다. 문제의 사진은 2001년 교내 봄 축제인 '아라비안 나이트'파티에서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는 그간 게이 잡지 표지 모델로 나서는 등 공개적으로 성소수자를 옹호하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페미니즘 정책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진보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7월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색인종 하원의원들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내자 "(트럼프의 발언은) 캐나다의 방식이 아니다"라면서 "다양성은 우리의 가장 위대한 힘인 동시에 캐나다인의 자부심"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논란이 확산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그 사진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당시엔 인종차별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고 있다. 그 때 더 잘 알았어야 했다.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오랜 흑인 차별의 역사를 가진 서구에서 까맣게 얼굴을 칠하는 '블랙페이스'는 인종차별적 모욕 행위로 간주된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 확산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이 발발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선거가 불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트뤼도 총리의 행보에는 악재가 겹쳤다. 트뤼도 총리가 인종과 젠더 등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진보적 아이콘'이었던 만큼 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CBC방송은 지난달 검찰에 측근의 뇌물 사건 수사의 기소유예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트뤼도 총리가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