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 10명중 9명 극단적 선택전'경고신호'보내지만 77% 주변 못 알아채

이슈진단

92% 이상 식사·수면·감정 변화 등 '예고 신호'
5명 중 2명은 재시도자…자살 사유 1위 '우울증'

미국인들의 자살이 심각하다. 특히 자살은 미국 청소년에게 두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한인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들어 LA지역에서 보고된 한인 사망자중 자살이 절반에 육박, 매주 1명꼴로 집계된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자살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10명 가운데 9명은 과음이나 우울 증세 같은 경고 신호를 보이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이런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살 시도자 5명 중 2명은 재시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 사유 1위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었다.

한국의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최근 3년 이내 자살로 사망한 391명의 유족을 조사한 이같은 내용의 '2018 심리 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비록 한국 통계이긴 하지만 미주 한인사회에 적용해도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자살자 92.3%가 식사·수면·감정상태의 변화 등 경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 중 77%는 가족등 주변에서 이를 경고 신호라고 인지하지 못했다. 경고 신호는 주로 사망 전 3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자 74.5%는 이전에 정신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었고, 절반가량은 음주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의 84.5%(87명)는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우울장애'가 64명으로 가장 많이 추정된 진단이었고, '물질 관련 및 중독 장애'로 추정된 사람은 20명, '불안장애'는 12명 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 또는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자살 사망자는 48명(46.6%)에 불과했다.

한편, 서울대·원광대 의료진이 전국의 만 19∼75세 성인 1500명을 조사해보니 5명 중 1명(18.5%)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4.9%)였고, 둘째는 가정생활 문제(26.5%)였다.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인데 직전(2013년) 조사에서는 가정생활 문제가 첫째 이유였다.

연구진은 극단적인 선택을 앞두고 지난해 전국 38개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 자살 시도자 1550명도 만나 조사해봤는데, '급격한 금전 손실'을 자살 시도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이 8.4%로 5년 전(5.2%)보다 증가했다. '직장 관련 문제'로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비율 역시 같은 기간 2.9%에서 5.2%로 늘었다.

▣한국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013년 28.5명에서 2017년 24.3명으로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25.8명) 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리투아니아(26.7명)에 이어 2위다.

▣미국 예방질병통제센터(CDC)가 7일 공개한 1999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인의 자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자살이 무려 25.4% 증가했다. 50개 주 가운데 25개 주의 자살 증가율이 30%가 넘었다. 자살은 미국인 사망원인 중 10번째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