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하빈 씨, 한국살이하며 생모·4명의 언니 찾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자란다는 것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했어요. 친가족이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상황을 지금은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들을 기다리는 전북 군산의 어느 딸부잣집에서 5번째로 태어나 집으로 가지 못하고 미국에 입양됐던 제니퍼 하빈(입양기관 이 지어준 한국명 박성심) 씨가 생모와 4명의 언니를 찾고 있다.

제니퍼 씨는 자신이 누구를 닮았는지,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보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살면서 꼭 한번은 알고, 느끼고 싶다며 가족 찾기를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입양원)에 입양기록과 사진 자료 등을 넘겼다.

그는 1985년 2월 22일 새벽 2시, 군산의 고려의원에서 태어났다. 아이만 남겨두고 산모가 사라져 병원 책임자(조택영 씨)는 이튿날 홀트아동복지회에 아이를 맡겼다.

이 책임자는 "이미 4명의 딸을 낳아 아들을 원했던 생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병원에 두고 떠났다"고 홀트아동복지회에 알렸고, 이 기관은 입양 기록에 이를 남겼다.

제니퍼 씨는 이후 3개월 동안 전주영아원에 맡겨졌다가 그해 5월 22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백인 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지난 3월에 모국 땅을 처음 밟았다. 회사 출장 겸 뿌리 찾기 여정이었다.

홀트아동복지회를 찾아가 입양 기록을 확인하고, 출생 당시 한국은 남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또 입양기관 담당자로부터 "생모는 당신을 많이 사랑했을 겁니다. 병원에서 당신을 낳았잖아요"라는 말을 듣고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고, "어머니는 이미 4명의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에 자신을 닮은 언니들을 찾아야겠고 마음먹었다.

곧장 군산으로 내려가 자신이 태어난 고려의원 터도 돌아보고, 여기저기 다니며 전단을 돌렸다.

그렇게 고향을 방문했던 제니퍼 씨는 미국에 돌아간 지 얼마 지나서 다시 방한했다. 뿌리를 이해하고 찾기 위해 한국살이를 결정한 것이다.

"친가족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전주영아원도 곧 방문해 제가 머무를 때의 기록이나 알 만한 사람을 찾아볼 생각이고요. 방송에도 출연해 호소할 계획입니다."

gh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