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공표·형사부 강화 손수 보고받아…감찰부장 인선 등 조직 수술도
尹 향해 "지시한다" 언급하며 '檢본분' 강조…檢 느끼는 압박 커질듯
曺 수사서 불거진 檢관행에 거듭 '경고'…檢개혁 화두로 정국 정면돌파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법·제도 개선과 검찰 수사관행 개선을 아우르는 대대적 검찰개혁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법무부의 검찰개혁 방안에 힘을 실어주고 검찰에 자체 개혁안 마련을 주문하는 등 촛불집회에서 확인한 개혁요구 민심을 동력삼아 검찰 '대수술'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는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정국의 혼란을 정면 돌파하고 국정운영 장악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일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지적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접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과 동시에,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접한 검찰이 어떤 대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국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규모 촛불집회 전인 지난 27일 직접 법무부로부터 검찰개혁 방안을 포함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촛불집회 후인 이날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관행, 조직문화에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언급을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이 보고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안,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에 대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힘을 실었다.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의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없지 않았으나 일단 문 대통령은 제도개선의 취지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신 문 대통령은 "검찰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하라"고 주문했으며, 아울러 조 장관 수사와 맞물려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다는 오해가 빚어지지 않도록 "장관 관련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조 장관으로부터 대검 감찰부장과 사무국장 인사 건의를 받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인사를 통한 검찰의 '조직 개조'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여권에서 검찰의 수사정보가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야당과 검찰의 내통설' 언급까지 나오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한 시점에서 감찰부장 인선을 통해 조직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메시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향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달라"라고 언급하면서,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대목이다.

우선 윤 총장이 배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해 '지시'라는 형태의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최근 조 장관 수사와 검찰개혁 이슈를 두고 마치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하는 듯한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검찰의 '본분'을 다시금 강조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전념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개혁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임면권자'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해석은 과도하다"며 "검찰총장 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에게도 개혁안 마련을 지시하지 않았나. 법무부와 검찰에 각각 다른 역할을 지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으로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이 받는 압박은 적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검찰에 '겸허하게 반성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또 젊은 검사·여성 검사·형사부와 공판부 검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은 현재 검찰의 의사결정 구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로서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으니 이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칫 수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조직 내부에서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