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 득표 3위 선전…12월 결선 진출 실패 불구 '캐스팅보트' 역할 존재감 부각

[화제인물]

12세 이주, 15세 귀화…외과의사 출신 목회자
모랄레스 대통령 대립각, 거침없는 발언 이목
선거 두달전 첫 한국계 외국 대선 후보로 확정

[말·말·말]

"13년간 대통령에게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없었다"
"공산 독재 국가되는 것을 막고싶었다, 새마을운동 정신 접목해 경제 발전도"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정치현(49·본보 9월4일자 종교면 보도)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다. 목사 겸 외과 의사로 활동 중인 정 후보는 에보 모랄레스 현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볼리비아 유권자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야당 기독민주당(PDC) 소속으로 출마한 정 후보는 20일 열린 볼리비아 대선에서 개표율 83% 기준 8.77%를 득표해 3위를 차지했다. 1위 모랄레스 대통령(45.28%), 2위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38.16%)과 비교하면 표차가 크지만 군소 후보 7명 중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오는 12월 모랄레스 대통령과 메사 전 대통령이 결선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선에서 정 후보의 표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 현지에서는 정 후보가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오스카르 오르티스 후보에 밀려 4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현지 언론들은 정치 신인인 정 후보가 4위에 오르더라도 상당한 이변일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정 후보는 오르티스 후보(4.41%)마저 누르고 3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 광주 태생인 정 후보는 12살 때인 1982년 선교사였던 정은실 볼리비아 기독대(UCEBOL) 총장을 따라 볼리비아로 이주했다. 15세에 귀화한 정 후보는 현재 목사 겸 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 후보는 볼리비아의 경제 중심지인 산타크루스에서 사목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의사, 교육가, 자선활동가로 명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는 PDC 소속 대선 후보였던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후보직을 사퇴한 직후 대권 도전에 나섰다. 좌파 성향인 모랄레스 대통령의 4선 연임을 저지한다는 명분이었다. 정 후보는 정치 경력이 전혀 없었으나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 8월 말 PDC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계가 외국 대선 후보로 지명된 첫 사례였다.

그는 당시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해서 "볼리비아가 공산 독재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며 새마을운동 정신을 접목해 볼리비아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 직후 지지율이 1% 미만이었던 정씨는 이후 인지도를 쌓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을 끈 것도 한몫했다. 그는 이달 초 유세에서 "지난 13년 동안 모랄레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이 죄를 짓고 있으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그리스도에게 돌아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사람이 아쉽게도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성애나 여성, 산불 등과 관련한 정씨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 인지도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대선 과정에서 볼리비아 언론들도 '논란'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씨의 튀는 발언과 이에 따른 여파를 관심 있게 보도했으며, 지지율이 오르자 '아웃사이더 정치 신인'의 선전을 조명하기도 했다.

중간 개표 결과 발표 후 정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볼리비아에 아직 성경의 원칙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대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오는 12월 모랄레스 대통령과 메사 전 대통령이 결선투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선에서 정 후보의 표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