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 10대 인기 외국어 중 사상 처음 '톱 10' 진입, 스페니시·불어 1·2위

[이슈분석]

한국어 수강 10년새 95% 급증, 증가율로는 최고
TOPIK 시험 응시자도 80% 증가 "한류 1등 공신"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 대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현대 언어 학회(Modern Language Association)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외국어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 가을 학기를 기준으로 스페인어 수강생은 71만 2,000여 명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그리고 프랑스어와 독일어도 17만 5,000여 명과 8만여 명을 기록해 여전히 많은 학생이 배우고 있는 언어로 조사됐다.

아시아 언어 가운데서는 일본어가 6만 8,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를 이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14,000명 정도로 전체 외국어 가운데 10번째로 많았다.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어가 수강생이 가장 많은 10대 외국어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줄고 있지만 유독 한국어 수강생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상위 10개 언어 가운데 한국어와 일본어를 제외한 8개 언어는 최근 3년 동안 수강이 크게 줄었다. 반면 한국어는 지난 2013년보다 13.7%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일본어가 3.1%로 뒤를 이었다.

최근 10년 동안의 장기 추세를 보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어 인기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국 현대 언어 학회는 3년 또는 4년 간격으로 미국 대학의 언어 강좌 수강생 통계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 언어 학회 통계를 보면 지난 2006년 한국어 수강생은 7,146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3,936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95%에 달해 상위 10개 언어 가운데 가장 높다.

증가율이 두 번째 높은 언어는 아랍어로 10년 전보다 26%가 증가했고 일본어와 중국어도 각각 5%와 3%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그리고 프랑스어 등 유럽 언어는 최고 27%나 수강생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현대 언어 학회는 최근 10년 사이 한국어의 인기는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K POP 등 한류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고 미국 공중파에 방송되는 등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 이후 한국어 인기가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9년 미국 대학의 한국어 강좌 수강생은 8,449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12,256명으로 무려 45%나 급증했다.

한국어에 대한 인기는 단지 미국뿐만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한국어능력 시험(TOPIK)의 경우 지난 2010년 외국인 응시자는 149,000여 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6만 4,800여 명으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어 능력 시험은 재외 교포와 외국인이 국내 유학과 취업에 필요한 한국어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의 증가는 한국어를 단순히 취미나 노래를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학문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배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