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는 치즈 태비 종류이고, 이름은 토마스 오말리(Thomas O’Malley), 1970년 월트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아리스토캣츠(The Aristocats)에 나오는 주인공 고양이 이름이다. 아들이 애니메이션 보고 이름을 지었다.

토마스는 겁이 많다. 작은 소리에도 놀래서 도망가기 일쑤다. 집사인 내가 토마스를 쓰다듬기 위하여 손을 대면 몸을 움찔한다. 그런 토마스가 캠핑카 여행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최소 한 달 정도 걸리는데 매일 매일 바뀌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이다. 물론 캠핑카 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겠지만 어디 집과 비교되겠는가? 그렇다고 남친의 말대로 다른 집에 입양 보내는 것은 마음이 울컥하고, 동물 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더더욱 안되고… 그래서 같이 여행하기로 결정한 건데 잘 적응할지 의문이다. 남친이 토마스의 동행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여행 끝까지 이해를 해 줄지, 여행 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캠핑카 여행 처음 2, 3일은 너무나 놀래서 토마스는 식사도 하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식사는 했다. 또 토마스를 화장실에 모셔다주자 냄새 맡고 쉬를 했다. 응가는 하지 않았다.

어제 저녁, 토마스 음식을 준비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벙커 베드에서 꽁꽁 숨어 있던 토마스가 스스로 내려왔다. 그리고 음식을 먹고, 물도 마셨다. 토마스가 조금 안정되어 보였다.

다음 날 아침, 토마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숨었지? 문이 열렸나? 은근히 걱정 되었다. 그런데 왠걸? 토마스는 캠핑카 슬라이드 인(slide in) 위(천정 바로 아래)에 올라가 있었다. RV파크에서 캠핑할 때 슬라이드 아웃하여 공간을 넓히는 부분이다. 그 때는 지붕이 된다. 캄캄한 밤에 이 공간을 어떻게 알았지? 그러나 그 순간, 토마스를 찾은 반가움보다는 더러울텐데… 아니나 다를까, 토마스의 배, 발 모두 새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