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세대 갈등' 터질게 터졌다

뉴스포커스

여성 실무자들, 영어권 사무국장 퇴진 요구
"임금 차별, 불평등 대우, 분열 조장" 주장

사무국장 등 관리직, 회장 등 사임의사 밝혀
"수면 위로 드러난 한인 단체 풀어야할 숙제"

남가주 한인 비영리단체들이 1세대에서 1.5세 및 2세 등 차세대로 지도체제가 교체되어가고 있는 전환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안에 숨겨져 있던 세대간'불협화음'이 결국 밖으로 터져버렸다. 지난 36년간 지역 사회와 소외받는 이민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온 민족학교(이사장 이혜영)가 1세대 직원들과 2세대 관리직간에 갈등이 폭발, 시위와 줄사퇴 등으로 번지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민족학교는 지난 2018년 예산이 182만7000달러로 재정규모로 볼때 캘리포니아주내서 10위안에 드는 한인 비영리단체다.

▶"지난 1년간 차별 속앓이"
4일 오전 11시30분 민족학교 크렌셔 지부의 이민자 권익, 의료보험 및 저소득층 아파트 봉사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1세대 여성 실무자 10여명은 사무실 앞 도로변에서 민족학교의 조나단 백(한국명 백기석) 사무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김영란 크렌셔 지부 프로그램 매니저는 "영어권인 백 사무국장이 임명된 이후 지난 1년간 이민자 권익 옹호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고, 1세대 여성 직원들을 차별해 왔다"고 주장하고 "백 국장의 사퇴 문제를 이사회에 제기하고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매니저는 "백 국장은 이사회에 상의도 없이 본인을 지지하는 직원들이 중심이 된 노조를 결성했다"고 말하고 "이 노조는 문제를 제기한 여성 실무자들을 배제한 어용 노조였다"고 주장했다.
김 매니저는 "이사회는 이러한 사태를 올바르게 해결하지 못하고 직원들을 실망시켰다"며 "민족학교의 1세대 여성 실무자들은 그동안의 임금차별 및 불평등한 대우, 실무진들간 분열 등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을 좌시할 수 없어 동포사회에 이해와 지지를 호소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나단 백 국장을 비롯한 제니 선 이민법률 서비스 부장 및 김용호 디지털 부장 등 지도부 관계자들은 이들 여성 직원들의 시위에 대해선 자세한 언급을 피하고 "최근 저희는 이사진에게 사의를 밝혔으며, 이는 즉시 유효함을 알려드린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른 단체들 우려속 주시
이와더불어 민족학교 윤대중 회장은 본보와의 전화 메세지를 통해 "이번 사태까지 오게 된 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오늘(4일) 날짜로 민족학교 회장및 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향후 실무진 중심으로 민족학교의 정신을 잘 계승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족학교의 캐롤라인 이(한국명 이혜영)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번 민족학교 사태를 바라보는 한인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다수 단체 관계자들은 한인사회 비영리단체들 내부에 내재되어 있던 세대간 갈등 요소들이 결국 수면위로 분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민족학교 처럼 1세와 2세 직원들이 공존하는 다른 비영리단체들 역시 이같은 분규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한글 세대인 1세 직원들이 영어권인 2세 관리직 직원들로부터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향후 한인사회의 새로운 갈등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세대간 갈등을 겪고 있는 곳은 비영리 단체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단체는 물론 은행, 기업 등 민간 업체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비영리단체인 민족학교의 내분사태를 통해, 한인사회의 비영리단체들이 풀어나가야 될 숙제가 분명하게 드러난만큼, 이와 유사한 사태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들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